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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정상회담 식탁에 햄버거가 빠진 이유

북미정상회담 식탁에 햄버거가 빠진 이유

오달란 기자
오달란 기자
입력 2018-06-12 16:55
업데이트 2018-06-12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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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년 전 “김정은과 국빈만찬 대신 햄버거 먹을 것”
2018 북미정상회담에서 정상국가 원수로 존중 대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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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김’ 버거의 등장
‘트럼프·김’ 버거의 등장 싱가포르 로얄 플라자 온 스코트호텔의 캐러설 레스토랑의 에이브러햄 탄 주방장이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앞두고 직접 개발한 ‘트럼프·김 버거’에 국기 모형을 꽂아 마무리 하고 있다. 2018.6.7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오찬을 함께 했다.

전세계의 시선은 이들의 점심 식탁에 쏠렸다. 과연 햄버거가 오를 것인지, 초미의 관심사였다. 하지만 이날 메뉴에 햄버거는 없었다. 대신 전통 한식을 중심으로 양식과 중식을 적절히 섞은 조화로운 코스 요리가 식탁에 올랐다. 북미정상 동서양 화합의 메뉴 공개…소갈비, 오이선, 대구조림, 하겐다즈 아이스크림

2년 전부터 북미정상회담의 아이콘이 되어버린 햄버거는 왜 메뉴 선정에서 제외됐을까. 이런 의문은 과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맥락을 살펴보면 자연스레 풀린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햄버거를 먹겠다고 한 말은 지난 2016년 6월 15일(현지시간) 애틀랜타 유세 현장에서 나왔다. 당시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대화 의사를 거듭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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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에 등장한 ‘카우보이 김치 버거’
싱가포르에 등장한 ‘카우보이 김치 버거’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앞두고 싱가포르의 한 식당이 선보인 특선메뉴 ‘카우보이 김치 버거’ 2018.6.8 AFP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그곳(북한)에 가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김정은이 여기(미국)에 오겠다고 하면 받아들이겠다”면서 “대화한다는 게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건가. 대화를 시작하겠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민주당 대선후보로 나섰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겨냥한 반격이었다. 클린턴 전 장관은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과 북핵 문제를 놓고 대화할 것이며 대화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북한의 핵보유를 용인하는 꼴을 낳을 것”이라고 비판했던 것이다.

북한과의 대화에 회의적인 미국 내 여론을 의식한 듯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유세에서 김 위원장과의 대화방침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만나겠다면서도 성대한 국빈만찬은 대접하지 않겠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우리가 큰 만찬을 베풀었는데도 우리를 비난하는 중국이나 다른 나라 지도자들에게 하는 것처럼 김 위원장에게 국빈만찬을 제공하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메뉴가 바로 햄버거다. 그는 “일찍이 본 적 없는 식사를 하겠다. 회의 탁자에 앉아 햄버거를 먹겠다. 그리고 중국이나 다른 나라들과도 만찬 없이 더 좋은 협상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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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의 햄버거
평양의 햄버거 북한 평양 시내의 모란봉 식당에서 여종업원이 햄버거를 접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에 미국 프랜차이즈 햄버거 식당이 문을 열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고 AP는 보도했다. 평양에서는 파인애플 버거, 피시버거, 소시지와 달걀, 치즈가 들어간 맥그리들(맥모닝) 메뉴가 판매되고 있다. 2018.6.12
AP 연합뉴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햄버거 비용조차 미국이 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김 위원장과 대화는 하겠지만, 그를 다른 나라 정상과 동등하게 대접하지는 않겠다는 게 2년 전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생각이었다.

그러나 싱가포르 회담장에서 김 위원장을 약 2시간 30분 동안 마주한 트럼프 대통령의 표정과 말투, 행동은 더할 나위 없이 너그러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정상국가의 원수로 깍듯이 대접했다. 김 위원장이 그토록 바랐던 바이기도 하다.

두 정상은 미국 성조기와 북한 인공기가 나란히 도열한 로비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의지를 담은 정상회담 합의문을 도출했다. 통역사 없이 산책도 즐겼다.

이렇게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두 정상이 햄버거로 ‘야박한’ 끼니를 떼울 필요가 없었다는 얘기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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