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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창살 우리·호일 같은 담요… 부모와 생이별 시킨 ‘美 아동 보호소’

쇠창살 우리·호일 같은 담요… 부모와 생이별 시킨 ‘美 아동 보호소’

최훈진 기자
입력 2018-06-19 18:20
업데이트 2018-06-19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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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이민자 격리 시설 공개

‘비인도적 조치’ 공화당도 반기
트럼프 “이민자 캠프 안된다”
엄마 아빠가 보고싶어요
엄마 아빠가 보고싶어요 미국 국경을 넘다가 적발된 불법 이민자들이 18일(현지시간) 텍사스 남서부 소도시 매캘런에 위치한 격리 시설에서 얼핏 은박지처럼 보이는 절연 담요를 뒤집어쓴 채 누워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무관용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자 미 국토안보부(DHS) 산하 주무기관인 세관국경보호국(CBP)은 이날 시설 내부 사진을 공개했다.
텍사스 EPA 연합뉴스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연방정부 건물 앞에서 이민관세청(ICE)을 향해 불법 체류자 석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린 가운데 4살짜리 여자아이가 아빠 사진이 저장된 휴대전화를 한 손에 든 채 길바닥에 앉아 있다. 에콰도르 출신인 아이의 아빠는 최근 피자 배달 도중 2009년 추방 명령을 선고받았던 사실이 적발돼 체포됐다. 뉴욕 EPA 연합뉴스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연방정부 건물 앞에서 이민관세청(ICE)을 향해 불법 체류자 석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린 가운데 4살짜리 여자아이가 아빠 사진이 저장된 휴대전화를 한 손에 든 채 길바닥에 앉아 있다. 에콰도르 출신인 아이의 아빠는 최근 피자 배달 도중 2009년 추방 명령을 선고받았던 사실이 적발돼 체포됐다.
뉴욕 EPA 연합뉴스
“어린 시절 아버지가 키우던 사냥개를 위한 쇠창살로 된 ‘우리’(케이지)를 연상시키는 곳이다. 사람들은 샤워를 할 때만 이 우리 밖으로 꺼내어진다. 이런 상태로 길게는 36시간까지 머무른다.”

18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매캘런에 마련된 불법 이민자 격리 시설을 직접 둘러본 CBS뉴스 데이비드 베그너드 기자는 현장을 이렇게 묘사했다. 매캘런은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을 이루는 리오그란데강 어귀에서 150㎞ 떨어진 소도시이다.

베그너드 기자는 “그물 모양의 철장이 시설 콘크리트 밑바닥에서 천장 끝까지 닿도록 설치된 이 ‘우리’ 1곳당 20명의 어린이가 수용돼 있었다”면서 ”얇은 매트를 깔고 바닥에 누운 수용자들은 마치 호일에 싸여 있는 모습이었다. 은박지 호일 같은 것을 담요로 사용했다”고 전했다.

CBS, NBC방송 등 미 언론에 따르면 5만 5000스퀘어피트(약 1545평) 규모의 이 시설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불법 이민자 전원을 기소하는 무관용 지침을 시행한 지난달 7일부터 미국 내 최대 임시 보호시설이 됐다.

최근 트럼프 정부의 ‘비인도적 조치’를 향한 국내외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미 국토안보부(DHS) 산하 주무기관인 세관국경보호국(CBP)은 이 시설의 내부를 제한적으로 공개했다. 마누엘 파티야 CBP 책임자는 “여기서 대기하던 아이들은 미 보건복지부(HHS)가 운용하는 시설로 옮겨진다. 부모들은 기소된 이후 연방법원의 재판을 기다리기 위해 별도의 구금시설로 이송된다”고 설명했다.

임시보호소는 부모와 자녀가 생이별하는 장소가 됐다. CNN은 “아동 보호시설도 포화 상태라 매캘런 시설에 7일 넘게 구금돼 있었다는 청소년이 많았다”면서 “미성년 수용자는 수백명인데 아동 복지를 전담하는 사회복지 담당 인력은 단 4명뿐”이라고 지적했다. 추후 부모가 강제 격리된 자녀를 되찾기 위해서는 시설에서 수용자들에게 배포하는 단 1장짜리 ‘가족을 위한 다음 단계’라는 제목의 설명서에 의존해야 한다고 CBS는 지적했다.

미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일각에서도 “미국인들은 아이들을 인질로 잡지 않는다”면서 반기를 들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미국은 ‘이민자 캠프’(난민수용시설)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그는 이어 트윗을 올려 “독일이 난민을 받아들여 범죄가 많이 증가했다. (독일) 국민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리더십에 등을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무관용 정책으로 인한 논란은) 이민법 개정에 협조하지 않는 민주당 탓”이라면서 “아이들이 미국에 들어오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게티이미지 사진기자인 존 무어가 지난 12일 국경지대에서 찍은 두 살배기 온두라스 여자아이 사진과 함께 ‘나는 이 아이의 울음을 멈추게 하고 싶다: 사진기자의 가슴을 찢어지게 한 이민자 아이’라는 해설 기사를 실었다. 아이는 미 국경순찰대 수색을 받는 엄마를 올려다 보며 서럽게 울고 있었다. WP는 이 사진이 트럼프 정부의 불법 이민자 무관용 정책을 반증하는 상징이 됐다고 지적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2018-06-2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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