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계파갈등·‘김성태 사퇴’ 격론… 5시간 싸우다 끝난 한국당 의총

계파갈등·‘김성태 사퇴’ 격론… 5시간 싸우다 끝난 한국당 의총

서유미 기자
서유미 기자
입력 2018-06-21 18:06
업데이트 2018-06-21 21:5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친박 vs 비박 ‘박성중 메모’ 충돌

김진태 “상대편 쳐낼 속내 드러나”
성일종 “김무성 의원도 탈당하라”
자유한국당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두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다. 의총에서는 일부 의원이 김 권한대행의 사퇴를 주장하기도 했다.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자유한국당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두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다. 의총에서는 일부 의원이 김 권한대행의 사퇴를 주장하기도 했다.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6·13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자유한국당이 21일 수습책을 논의하기 위한 두 번째 의원총회를 열었지만 아무런 결론도 도출하지 못했다. 5시간 넘게 진행된 의원총회는 계파 갈등 논란과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의 사퇴 요구 등을 놓고 설전만 벌이다 끝났다.
 의원총회는 ‘친박근혜계’와 ‘비박근혜계’ 사이의 신경전을 촉발시킨 박성중 의원의 휴대전화 메모에 대한 공방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허비했다. 이 메모는 박 의원이 지난 18일 스마트폰에 ‘친박·비박 싸움 격화’, ‘친박 핵심 모인다’, ‘적으로 본다’고 적은 것이 사진에 찍혀 공개된 것으로, 계파 간 갈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표현들로 논란이 됐다. 이에 박 의원은 당일 열린 바른정당 복당파 모임에서 나온 이야기를 정리한 것일 뿐이라며 사과했다.
 그러나 메모에 친박 의원으로 이름이 적힌 김진태 의원 등은 의원총회에서 “계파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이장우 의원은 “있지도 않은 사실로 당내 갈등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한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에 대한 윤리위원회 조사와 징계를 요구한 의원도 있었다. 한 의원은 의원총회 중간에 나서면서 “사실 여부를 떠나 감정적인 골이 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친박·비박 메모’의 불똥은 김 권한대행에 대한 사퇴 요구로 튀었다. 특히 친박 의원들을 중심으로 6~7명이 앞장서 사퇴를 언급했다.
 김진태 의원은 의총 직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박 의원의 휴대전화 메모로 당권을 잡아 상대편을 쳐낼 생각만 하는 속내가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그 모임에 김 권한대행도 참석했으니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메모가 작성된 바른정당 복당파 모임에 김 권한대행이 잠시 참석했는데도 메모에 적힌 내용과 같은 발언들을 제재하지 못하고 방관한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김 권한대행이 당내 논의를 거치지 않고 쇄신안을 발표해 분란만 일으켰다는 주장도 나왔다. 일부 초·재선 의원은 쇄신안을 발표한 절차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한 재선 의원은 의원총회를 마치고 “당 대표 체제의 독선과 독주가 (선거) 패배의 중요한 원인으로 보이는데 어떤 논의 과정 없이 당의 중요한 진로, 노선과 관련한 것을 혼자 하는 게 적절한 것인가, 또 다른 독선이 아닌가 하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했다. 김 권한대행의 사퇴를 표결에 부치자는 의견까지 제시됐다.
 특히 성일종 의원은 친박계 좌장 서청원 의원이 전날 탈당한 것을 거론하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무성 의원도 탈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복당파들은 김 권한대행을 두둔하고 나섰다. 또 다른 재선 의원은 “의총만 열면 대표 나가라고 한다. 말이 되는 이야기냐”며 “선거에서 졌다고 누가 누구를 나가라고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반박했다.
 강석호 의원은 “지방선거 책임질 건 홍준표 전 대표가 책임지고 사퇴했는데 또 원내대표가 책임지고 나가라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며 “하반기 원구성도 해야 하니 대책을 수립해야 하지 않나”고 말했다.
 결국 친박·비박 메모를 둘러싼 논쟁으로 당초 목적이었던 쇄신안과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에 대해선 제대로 된 의견 수렴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김 권한대행은 또다시 의원총회를 열어 논의해 보자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제시된 의견과 내용을 중심으로 당이 혁신하고 변화하는 노력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당 대표 권한대행 사퇴 요구에 대해선 “그런 목소리도 있었지만 앞으로 당이 혼란, 혼돈에 빠지지 않고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비대위 구성 윤곽에 대해 “아직 나오지 않았다”며 “비대위 구성 준비위원회를 통해 진행시켜 가겠다”고 말했다.
 전체 112명 의원 가운데 90여명이 참석한 의원총회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쯤까지 점심식사를 김밥과 빵으로 때워 가며 진행됐다. 약 40명의 의원이 자유 발언에 참가했다. 하지만 의총 중간에 빠져나간 의원도 적지 않았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2018-06-22 8면

많이 본 뉴스

의료공백 해법, 지금 선택은?
심각한 의료공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의대 증원을 강행하는 정부와 정책 백지화를 요구하는 의료계가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사회적 협의체를 만들어 대화를 시작한다
의대 정원 증원을 유예하고 대화한다
정부가 전공의 처벌 절차부터 중단한다
의료계가 사직을 유예하고 대화에 나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