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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건보대장·탄광 명부… 日 강제동원 진실 담긴 2000권

조선인 건보대장·탄광 명부… 日 강제동원 진실 담긴 2000권

오경진 기자
오경진 기자
입력 2018-06-21 18:16
업데이트 2018-06-21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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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원, 故김광렬 희귀자료 공개

40여년간 지쿠호 지역서 수집
모집·이동경로 등 입증 자료로
사료 가치 높아 진상규명 속도
‘조선인 강제동원 기록물’ 수집 전문가인 고 김광렬씨가 찍은 군함도 광부들이 살았던 아파트의 모습. 국가기록원 제공
‘조선인 강제동원 기록물’ 수집 전문가인 고 김광렬씨가 찍은 군함도 광부들이 살았던 아파트의 모습. 국가기록원 제공
일제시대 조선인 강제 동원과 관련해 지금껏 공개되지 않은 희귀한 기록물이 대거 공개된다. 조선인 노동자의 상세한 신상 기록과 모집 경로, 이동 과정까지 객관적으로 입증할 자료로 판단된다. 지지부진했던 진상 규명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국가기록원은 조선인 강제 동원 관련 기록물 수집 전문가인 고 김광렬(1927~2015)씨가 수집한 문서·도면 등 2000여권의 기록물을 연내에 공개한다고 21일 밝혔다. 1943년 일본으로 건너간 김씨는 후쿠오카에서 교편을 잡았다. 일본의 3대 탄광 지역이자 대표적인 조선인 강제 동원지로 악명 높았던 지쿠호 지역에서 40여년간 관련 자료를 모았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강제 징용된 조선인들의 명부다. 당시 건강보험대장, 근로자명부, 화장인가증 등엔 조선인 노동자들의 신상이 자세하게 남아 있다.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인 아소 다로의 증조부가 운영했던 아소 산업의 건강보험대장은 특히 주목된다. 학계에 지금껏 공개되지 않은 자료로 이름, 생년월일, 보험기호, 보험 취득 상실일 등 구체적인 내용이 적혀 있다. ‘가이지마 오노우라 탄광 근로자 명부’도 피징용자의 자세한 신상이 기록돼 있어 활용 가치가 높다.
강제 동원 근로자의 성명과 생년월일 등이 적힌 ‘아소산업의 건강보험대장’. 아소산업은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인 아소 다로의 증조부가 운영한 회사다. 국가기록원 제공
강제 동원 근로자의 성명과 생년월일 등이 적힌 ‘아소산업의 건강보험대장’. 아소산업은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인 아소 다로의 증조부가 운영한 회사다. 국가기록원 제공
학계는 그동안 조선인 노동자 모집, 이동 과정을 피해자의 증언을 통해서만 추정했다. 하지만 이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자료가 이번에 나왔다. 안내원·인솔자의 성명, 철도·숙박 영수증, 가와사키 광업소에서 근무한 조선인 49명의 명부, ‘다가와국민근로동원서’가 가와사키광업소로 보낸 공문 원본 등은 희귀 사료로 평가된다.

당시 일제는 탄광에서 사망자가 나오면 화장한 다음 유골을 인근 사찰에 안치했다. 사찰에서 유골을 받을 때 사망자 성명, 유골 안치일 등을 적어 놓은 명부인 ‘과거장’ 100여권도 눈에 띈다. 김씨는 피해 사실 규명을 위해 규슈지역 400여곳의 사찰을 일일이 답사하며 사찰 목록과 과거장을 수집했다. 사찰명과 전화번호, 주지 이름을 세세하게 기록한 김씨는 조선인으로 추정되는 유골은 붉은색으로 표시했다.

국가기록원은 연내까지 정리 작업을 마치고 기본 목록을 만들어 국민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조선인 명부는 양이 워낙 많고, 일본어 고어 해독에 어려움이 있어 완전한 공개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예정이다. 강제동원진상규명위원회 조사과장을 지낸 정혜경 박사는 “대부분 공개되지 않은 희귀한 기록물”이라면서 “일제강점기 조선인들의 피해 진상 규명과 피해 권리구제에 대한 연구 공백을 메워줄 수 있는 매우 귀중한 사료”라고 평가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2018-06-22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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