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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만ℓ기름탱크 다닥다닥… 풍등 하나 막을 장치 없었다

수백만ℓ기름탱크 다닥다닥… 풍등 하나 막을 장치 없었다

한상봉 기자
한상봉 기자
입력 2018-10-09 01:04
업데이트 2018-10-09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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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고양저유소 실화’ 20대 외국인 체포

잔디에 떨어진 풍등 불씨 CCTV로 확인
탱크 환기구로 옮겨 붙어 점화·폭발 추정
전문가 “홀인원하다가 번개 맞을 확률”
송유관공사 “폭발로 소화장치 망가져”
(왼쪽 위)경찰이 공개한 폐쇄회로(CC)TV에서 A씨가 날린 풍등을 향해 뛰어가는 모습. (오른쪽 위)풍등이 저유소 쪽으로 떨어지는 모습. (왼쪽 아래)저유소 옆 잔디에 풍등이 떨어진 뒤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 (오른쪽 아래)저유소에 폭발이 일어나는 모습. 연합뉴스
(왼쪽 위)경찰이 공개한 폐쇄회로(CC)TV에서 A씨가 날린 풍등을 향해 뛰어가는 모습. (오른쪽 위)풍등이 저유소 쪽으로 떨어지는 모습. (왼쪽 아래)저유소 옆 잔디에 풍등이 떨어진 뒤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 (오른쪽 아래)저유소에 폭발이 일어나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7일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고양저유소)에서 발생한 폭발 및 화재는 한 20대 외국인이 날린 풍등 때문에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을 조사 중인 경기 고양경찰서는 화재 발생 직전에 불이 난 저유소 인근 강매터널 공사장에서 풍등을 날려 화재를 유발한 스리랑카인 A(27)씨를 중실화 혐의로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8일 밝혔다. 풍등은 고체 연료로 불을 붙여 뜨거운 공기를 이용해 날리는 소형 열기구다.

경찰은 A씨가 날린 풍등이 공사장에서 수백m 거리에 있는 저유소 잔디밭에 떨어지면서 불이 붙었으며, 이 불이 화재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저유소 주변 폐쇄회로(CC)TV 녹화 영상을 확인하던 중 용의자가 인근 야산 강매터널 공사장에서 풍등을 날린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풍등이 잔디밭에 떨어져 불길이 이는 장면을 CCTV를 통해 포착했고, 추적 수사를 통해 강매터널 공사장에서 풍등을 날린 A씨를 8일 오후 4시 30분 검거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비전문취업비자로 입국했으며 서울~문산고속도로 강매터널 공사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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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9일 대구의 한 풍등 날리기 행사에 사용된 풍등.  연합뉴스
지난 5월 19일 대구의 한 풍등 날리기 행사에 사용된 풍등.
연합뉴스
경찰은 풍등이 바람을 타고 저유시설 잔디밭에 낙하해 잔디를 일부 태웠고, 바람에 날린 불씨가 저유탱크 유증환기구를 통해 나오는 인화성 기체에 점화 역할을 하면서 탱크가 폭발하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이용재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저유탱크의 내부 유증기를 빼주는 역할을 하는 통기관(유증환기구) 근처에 불씨가 가까이 날아가 점화 스위치 역할을 해서 폭발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통기관에는 보호막 역할을 하는 철망이 설치돼 큰 이물질이 들어가는 걸 예방하지만 하필 작은 불씨가 그 근처로 날아들었다는 것은 ‘홀인원 하다 번개 맞은 격’으로 극히 드문 일이며 운이 정말 최악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통기관은 탱크 내부 압력과 외부 압력의 균형을 맞추고 유증기를 빼내는 안전장치 역할을 한다. 저유소 탱크에 설치된 통기관은 직경이 보통 20~30㎝ 정도다.

한편 대한송유관공사 측은 폭발 사고 때 소화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사실과 관련, “폭발로 저유조 덮개 역할을 하는 콘루프가 날아가며 저유조 내부 폼액 소화 장치와 충돌해 소화 시설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했고 결국 초기 진화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상황실 직원이 폭발음을 듣고 CCTV로 현장을 확인하며 탱크 내 폼액 소화 장치의 작동 버튼을 눌렀으나 폭발로 날아간 콘루프가 한쪽 소화 설비 일부를 건드려 장치 2개 중 하나가 찌그러지며 비정상 작동했다는 설명이다. 만약 폼액 투입 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다면 질식소화 방식으로 초기 진화에 성공했을 것이란 주장이다.

이번 화재로 34억여원어치 휘발유 260만ℓ가 날아갔으며 진화하는 데 17시간이 걸렸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저유소에서 약 25km 떨어진 서울 잠실 등에서도 검은 연기 기둥이 관측될 정도로 불길이 거셌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2018-10-0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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