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사우디 언론인 살해 증거 확보”…트럼프 “‘큰손’이라 제재 안돼”

입력 : ㅣ 수정 : 2018-10-12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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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의회 “반정부 언론인 ‘카쇼기 암살’ 사우디 제재” 목소리
지난 2일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총영사관에 들어갔다가 실종된 반정부 유력 언론인 자말 카쇼기가 사우디 왕실에 의해 계획적으로 살해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시민들이 카쇼기 사진과 함께 ‘사우디 왕실(MBS)에 살해됐다’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워싱턴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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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일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총영사관에 들어갔다가 실종된 반정부 유력 언론인 자말 카쇼기가 사우디 왕실에 의해 계획적으로 살해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시민들이 카쇼기 사진과 함께 ‘사우디 왕실(MBS)에 살해됐다’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워싱턴 AP 연합뉴스

터키 당국이 이스탄불의 사우디아라비아 총영사관에서 살해된 것으로 알려진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쇼기가 살해 전 심문과 고문을 받은 정황이 담긴 음성과 영상을 확보했으며 이 사실을 미국 관료들에게 알렸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미 의회에서는 이른바 ‘카쇼기 암살’ 사건의 배후로 사우디 왕실이 지목되면서 미국이 진상규명을 통해 사우디 제재에 나서야 한단 목소리도 나오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미국산 무기구매의 ‘큰 손’ 사우디를 제재하지 않겠단 의사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사우디는 미국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군사장비 등을 사는데 1100억 달러(약 125조원)를 쓸 계획”이라며 “나는 이 투자를 막자는 발상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재를 가할 경우) 사우디가 그 돈을 러시아나 중국, 다른 곳에 쓸 것”이라는 점을 들었다.
반정부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쇼기를 사우디 정부가 살해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미국이 이를 진상 규명하고 사실로 밝혀질 경우 사우디의 무기 수출을 금지하는 등 제재를 가해야 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사우디에 재제를 가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워싱턴 UPI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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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정부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쇼기를 사우디 정부가 살해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미국이 이를 진상 규명하고 사실로 밝혀질 경우 사우디의 무기 수출을 금지하는 등 제재를 가해야 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사우디에 재제를 가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워싱턴 UPI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첫 해외 방문지로 지난해 5월 사우디를 찾아 11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무기 판매 계약을 성사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미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사건과 관련 “터키, 사우디와 협력하고 있다. 우리 수사관들이 그곳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카쇼기는 미국 국적이 아닌데다, 미국 밖에서 실종됐기 때문에 해당 외국 정부 요청이 있어야만 연방수사국(FBI)의 개입이 가능하다.

‘사우디 제재론’에 회의적인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미 의회에서는 관심이 뜨겁다.

공화당 소속을 비롯한 상원 의원들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카슈끄지 실종사건에 대한 미국의 조사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이런 가운데 사우디 왕실 요원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지난 2일 이스탄불 총영사관에 들어온 카쇼기를 감금한 뒤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음성과 영상이 존재한다는 보도가 나온 것이다.

한 소식통은 WP에 “총영사관 안에서 기록된 음성녹음은 그가 들어간 이후 일어났던 일을 보여준다. 카쇼기의 목소리와 아랍어로 말하는 남성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며 “그가 심문과 고문을 당한 뒤 살해된 것을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터키 당국은 이를 공개하는 것을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자국의 정보 요원들이 외국 영토에 대해 스파이 활동을 했음을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외국 공관은 치외법권이 미치는 영역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사우디 제재에 회의적이지만 미국과 영국 기업들은 이미 사우디 정부와 거리를 두는 모습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FT에 따르면 영국 버진그룹의 창업자 리처드브랜슨 회장은 사우디 국부펀드 PIF가 미국에 있는 항공우주회사인 ‘버진 갤럭틱’ 등에 10억 달러(약 1조 1400억원)를 투자하는 계획에 대한 논의를 중단했다. 브랜슨은 또 사우디 정부가 이끄는 홍해 관광 프로젝트와 관련된 자문이사직도 그만뒀다. 브랜슨은 FT에 “만일 (사우디 왕실의 카쇼기 암살이)사실로 드러난다면 서방에 있는 우리 모두에게 사우디 정부와 비즈니스를 하는 능력을 분명히 변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 시절 에너지장관을 지낸 어니스트 모니즈도 무함마드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주도하는 5000억 달러 규모의 메가시티 프로젝트와 관련한 자문이사역을 그만뒀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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