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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대필 사건은 노태우정권 차원 조작…검찰총장이 직접 사과하라”

“유서대필 사건은 노태우정권 차원 조작…검찰총장이 직접 사과하라”

이기철 기자
이기철 기자
입력 2018-11-21 11:30
업데이트 2018-11-21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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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과거사위 “문무일 총장, 강기훈씨 찾아가 사과” 권고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으로 불리는 강기훈 유서대필 의혹 사건에 대한 재심 선고일인 13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무죄선고를 받은 강기훈씨가 취재진의 플래시가 터지가 눈을 만지고 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으로 불리는 강기훈 유서대필 의혹 사건에 대한 재심 선고일인 13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무죄선고를 받은 강기훈씨가 취재진의 플래시가 터지가 눈을 만지고 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무고한 옥살이를 낳은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이 당시 노태우 정권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위원장 김갑배)는 검찰권 남용과 관련해 문무일 검찰총장의 직접 사과를 권고했다.

과거사위는 대검찰청 산하 진상조사단으로부터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조사결과를 보고받은 뒤 “무고한 사람을 유서대필범으로 조작해 그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며 “현 검찰총장이 강씨에게 직접 검찰의 과오를 사과할 필요가 있다”고 21일 권고했다.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으로 불리는 유서대필 사건은 1991년 5월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사회부장인 김기설씨(당시 25세)가 분신자살하자 당시 서울지검 강력부가 유서를 대신 써주고 자살을 방조했다는 혐의로 강기훈씨를 기소한 사건이다.
1992년 9월 3차 공판을 받기 위해 법정에 들어서는 강기훈씨(왼쪽·당시 28세)와 지난해 2월 서울고법에서 재심 선고공판을 받던 당시의 강씨(오른쪽·50세).  연합뉴스
1992년 9월 3차 공판을 받기 위해 법정에 들어서는 강기훈씨(왼쪽·당시 28세)와 지난해 2월 서울고법에서 재심 선고공판을 받던 당시의 강씨(오른쪽·50세).

연합뉴스
강씨는 징역 3년의 판결이 확정돼 복역했지만 결정적 증거인 필적감정서가 위조된 점 등이 인정돼 재심을 청구했고, 2015년 무죄가 선고됐다. 이번 조사단 재조사 결과 광범위한 검찰권 남용이 있었음이 사실로 확인됐다.

조사단에 따르면 김기설씨 분신사건 발생으로 정권퇴진 운동이 분출하자 대통령 비서실장, 안기부장 등이 참석한 ‘치안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조직적 배후세력 개입 여부를 철저히 조사하라”는 명령이 전국 검찰청에 하달됐다. 이후 검찰은 수사개시 하루이틀 사이에 유서대필이란 수사방향이 정해진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몇명의 대필 후보자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뒤 국과수 필적감정결과가 도착하기도 전에 육안상 필적 유사성을 근거로 대필자를 강기훈씨로 특정했다. 진실화해위원회 진상조사 및 재심 재판에서도 밝혀지지 않은 검찰의 전민련 수첩 조작 판단도 부실한 감정이 기반한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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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확정된 강기훈씨
무죄확정된 강기훈씨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으로 불리는 유서대필 사건의 강기훈(51)씨가 재심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사건 발생 24년 만이다. 강씨가 2014년 2월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에서 열린 재심 선고공판을 마친 뒤 밖으로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과거사위는 “사건 발생 초기 분신의 배후에 대한 수사라는 가이드라인이 수사팀에 전달됐고, 이는 당시 청와대와 검찰 수뇌부에 의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수사과정에서 검사는 자살방조의 범죄사실 입증에 불리한 증거는 은폐하고 유리한 증거만 선별해 감정을 의뢰하는 등 객관의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조사과정에서 이 사건 전민련 수첩 실물을 직접 조사함으로써 수첩 절취선에 대한 국과수 감정이 부실하였음이 확인된바, 당시 검찰에서 김기설의 전민련 수첩이 조작된 것이라고 본 것이 부당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과거사위는 “기소 이전에 이 사건에 대한 위법한 피의사실 공표가 비일비재하게 이뤄졌다”며 “검찰은 재심과정에서 과거의 입장을 고수하며 피해자와의 공방을 반복할 것이 아니라, 가해자로서의 반성 위에 중립적으로 공판사무를 수행하고 과거의 검찰권 행사의 문제점을 성찰해 피해자의 권리와 명예를 회복시켜주는 반성적인 진실추구자로서 재심절차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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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 총장, 형제복지원 사건 30년 만에 다시 심판대 올리다…
문무일 총장, 형제복지원 사건 30년 만에 다시 심판대 올리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문 총장은 전날 형제복지원 관련 피해자들을 작업장에 가두고 강제노역에 종사시키고 가혹행위를 한 형제복지원 원장 박인근씨의 특수감금죄 등에 무죄를 선고한 법원 판결이 ‘법령위반’이라고 판단해 대법원에 비상상고를 신청했다. 2018.11.21/뉴스1
과거사위는 △검찰 과오에 대한 현 검찰총장의 강기훈씨에게 직접 사과 △피의사실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사실과 단정적 주장을 언론에 발표하는 관행에 대한 개선 △위법행위로 재심개시가 결정된 사건에 대한 기계적 불복 관행 중단 △재심절차에 관한 검찰권 행사 준칙 재정립 △상고심사위원회가 과거사 재심개시 결정과 재심 무죄 판결에 대한 불복 여부 심의 등을 권고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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