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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두 가지 방식/김성곤 논설위원

[서울광장]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두 가지 방식/김성곤 논설위원

김성곤 기자
입력 2018-11-29 17:46
업데이트 2018-11-29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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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에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다. 직설적으로 “잘못됐다”고 하는 경우도 있고, “총론은 좋은데 각론이 문제다”라고 에둘러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이다. 드러내 놓고 “경제가 이 지경인데 무슨 놈의 포용성장이냐”는 비판은 직설적이다. 반면에 “포용성장은 좋은데 소득주도성장이나 주 52시간 근무 등의 과속이 문제”라고 지적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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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곤 논설위원
김성곤 논설위원
얼마 전 여권의 한 인사를 만난 적이 있다. 그는 “‘나는 당신네 정책이 싫소’라는 직설적인 비판이 낫다. ‘포용성장은 찬성하지만…’으로 시작되는 ‘비판적 지지’로 포장된 경우는 정말 얄밉다”고 털어놓았다. 동의할 수는 없었지만, 그의 기준으로 보면 필자는 욕먹어도 싼 후자에 속한다.

전 세계는 지금 소득 불평등 해소가 화두다.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학 교수와 게이브리얼 주크먼 UC버클리 경제학 교수 등 세계 저명한 경제학자 100인이 펴낸 ‘세계 불평등 보고서 2018’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국민소득(NI) 중 상위 10% 소득자에게 돌아가는 몫은 유럽 국가는 37%, 중국은 41%, 러시아는 46%, 미국과 캐나다는 47%, 중동은 61%라고 한다. 우리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3분기 가계동향을 보면 소득 하위 20%의 소득은 131만 8000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7%가 줄었지만, 상위 20%(973만 6000원)는 8.8%나 증가했다.

어느 나라나 불평등은 존재하고, 국가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갖은 애를 쓴다. 경제학자들에게도 이 문제는 숙제다. 그렇게 보면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나 포용성장도 세계적 흐름인 셈이다. 불평등을 해소하는 방법은 명쾌하다. 세금을 더 걷는 것은 기본이다. 누진세나 종합부동산세, 최근 거론되고 있는 국토보유세 등 자산세는 그 가운데 하나다. 진보학자들은 나아가 교육과 정규직 등 양질의 일자리에 기회균등이 해답이라고 주장한다. 다만, 효과가 쉽게 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수십 년 쌓여 온 불평등을 하루아침에 해소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공정경제와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등 3축 경제를 내세우고 있다. 문 대통령은 누차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은 같이 가야 한다고 했지만, 최근 들어 공정과 소득주도성장으로 대표되는 포용성장만 눈에 띈다. 혁신성장은 그냥 구색 맞추기용으로 비쳐진다. 기업에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요구하며 소득주도성장에 동참하라는 목소리도 잠잠해졌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교체가 결정된 뒤로 이런 현상은 더 심화되는 느낌이다.

현장 곳곳에서는 “힘들다”는 소리가 나온다. 규제도 많고, 기업의 의욕을 꺾는 일들은 하루가 멀다 않고 벌어지고 있다. 노조는 자기 소속 근로자를 고용하라고 공사장 통로를 막아 버리는가 하면, 회사 임원을 상대로 폭력도 휘두른다. 이런 판국에 전 정권 때부터 미뤄져 온 구조조정과 산업구조 재편은 언감생심이다. 미국 GM처럼 미래차에 투자하기 위해 1만 7000명을 줄이는 일은 우리 사회에서는 기업이 망하기 전에는 볼 수 없는 현상이다.

많은 이들이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지역·노사·내외국인 간의 경제민주화와 소득불평등 해소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독일형 사회적 시장경제’와 흡사한데 기업 하기는 훨씬 어렵다고 한다. 기업이 일할 수 있도록 하고, 그 성과물에 대해서는 세금을 거두면 되는데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규제 완화를 핵심으로 하는 혁신성장은 인공지능(AI)과 바이오 등 4차 산업 관련 기업들을 육성해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것이다. 그런 규제완화도 목소리만 크고 제자리걸음 중이다. 김대중 정부 때 벤처 붐이 있었다. 신기술을 내세우며 희대의 사기극도 있었지만, 그때의 자유로운 분위기가 오늘날 한국을 정보기술(IT) 강국으로 이끄는 초석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 정부·여당의 행태를 보면 “하나가 무너지면 다 무너질 수 있다”는 조바심이 엿보인다. 하지만 포용성장으로 가는 데 너무 원칙만 따져서 될 일은 아니다. 포용성장을 위해서라면 제3의 길도 택할 줄 알아야 한다. 원칙만 고집하다가 포용성장 자체를 죽이는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대놓고 하는 비판이든 에둘러 하는 비판이든 어떤 비판도 새겨들어야 한다. 대통령도 정부 각료들에게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라고 독려할 게 아니라 대통령 스스로도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sunggone@seoul.co.kr
2018-11-3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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