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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의 커튼콜]‘반지’에 대하여…‘작은 거인’ 연광철의 조언

[주말의 커튼콜]‘반지’에 대하여…‘작은 거인’ 연광철의 조언

안석 기자
안석 기자
입력 2018-12-01 07:00
업데이트 2018-12-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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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종로 JCC아트센터에서 독주회
국내 제작 ‘바그너 반지’ 대해 “클래식한 연출 선행됐어야” 조언
“국립오페라단이 오페라하우스 갖고 있도록 해야” 강조

※‘주말의 커튼콜’은 최근 화제가 됐거나 내한을 앞둔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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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 연광철-재능문화재단 제공
베이스 연광철-재능문화재단 제공
다니엘 바렌보임이 지휘한 유럽의 명문 오페라 극장 밀라노 라 스칼라와 베를린 슈트츠오퍼 공동제작의 바그너 ‘니벨룽의 반지-라인의 황금’에서 거인 ‘파졸트’ 역으로 열연한 베이스 연광철(54). 171cm의 작은 키인 그의 뒤로 거인을 의미하는 거대한 그림자가 연출된다. 그의 파트너로 함께 나오는 2미터 가까운 키의 거인 형제 ‘파프너’에 비해 머리 하나 작은 그이지만, 거대한 그림자 실루엣과 묵직한 그의 목소리가 어우러지며 ‘저게 바로 작은 거인이구나’라는 생각을 절로 하게 만든다.

 최근 호평과 악평의 극단적 평가가 오간 국내 자체 제작 ‘라인의 황금’으로 바그너와 ‘반지 사이클’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조금 높아졌지만, 사실 한국에서 연광철을 빼고는 바그너를 얘기할 수 없다. 1996년부터 ‘바그너의 성지’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 출연하며 세계 무대를 오간 그는 내년에도 베를린필과의 협연 등 바쁜 일정이 예고돼 있다.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결국 음악이 먼저

 “지금 우리나라 관객들이 바그너를 감상하는 현 시점에서는 좀더 클래식하고 좀더 전통적인 연출이 선행된 다음 이같은 작품이 무대에 올려졌다면 훨씬 더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번 ‘라인의황금’의 제작사 월드아트오페라는 연광철에게 몇차례 출연을 제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무대를 제집 드나들듯 올랐던 그가 자국 제작의 첫 ‘반지’ 무대에 오르는 것만큼 좋은 뉴스거리는 없기 때문이다. 실제 그가 2부인 ‘발퀴레’부터 무대에 출연할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그는 선을 그었다. 2~3년의 스케줄이 이미 짜여진 상태에서 그런 대형작품에 출연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기도 했다.

 연광철은 이번 작품을 총괄한 독일 출신 거장 예술가 아힘 프라이어에 대해 “훌륭한 연출가이자 미술가”라고 평가하면서도 자신의 예술관과는 다소 거리가 있음을 시사했다. 미술가답게 시각적인 요소를 중요하게 생각하다보니 성악과 오케스트라 등 음악적인 면이 오히려 방해를 받는다는 설명이다. 연광철은 “개량한복을 보더라도 옛날 한복이 어땠고,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알아야 하는데, 우리는 어느날 갑자기 ‘모던’한 개량한복을 본 것”이라고 비유하며 “우리 관객들에게 클래식한 바그너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10~20년 있었다면 더욱 성공적인 작품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광철은 아힘 프라이어가 연출한 차이콥스키 ‘예브게니 오네긴’과 바그너 ‘파르지팔’ 등의 작품을 함께 한 적이 있다. 함부르크에서 ‘파르지팔’에 출연할 당시 그 역시 이번 ‘라인의 황금’ 출연가수들처럼 얼굴에 가득 화장을 하고 무대에 서기도 했다.

 연광철은 과거 경험을 소개하며 바그너 작품을 국내 무대에 올리는 프로덕션이 고려해야할 점도 조언했다. 그는 “2013년과 2016년 국립오페라단에서 ‘파르지팔’과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을 무대에 올릴 때 당시 연출가에게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에서는 흔들리는 배가 나와야하는 등 반드시 보여줘야 할 장면들을 설명했다”면서 “우리나라 관객의 상황을 충분히 설명하고 관객들이 납득할수 있는 이유를 무대 위에서 충분히 보여주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롱런 위해서는 테크닉과 기교만 중요한 게 아냐”

 ‘농부의 아들’이라는 성장스토리, 청주대 음악교육과 출신으로 유럽무대에서 활약하는 세계적 성악가가 된 그의 성공스토리, 무대에 더 서기 위해 서울대 교수 자리를 박차고 나온 이야기 등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 등 후보에도 이름이 오르내리지만, 그는 아직은 무대에 더 있어야할 때라고 생각한다. 그는 “우리나라는 현재 음악가들이 먹고 살기 위해 할 수 없이 무대에 작품을 올리는 구조인데, 좀더 좋은 작품이 엄선돼 무대에 올라가야 한다”며 “세계 어느 나라에 가도 극장이 없는 국립오페라단은 없다. 예술의전당도 국립오페라단이 오페라하우스를 갖도록 해야한다. 그런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연광철은 올해 8월 베를린 국립오페라 극장(슈타츠오퍼)에서 독일어권 성악가가 받을 수 있는 최고 칭호인 ‘카머젱거(궁정가수)’를 수여 받으며 다시한번 유럽이 인정하는 성악가임을 재확인했다. 그는 “보통 극장에 전속돼 있고 정년이 보장된 경우 칭호를 받게 되는데, 저는 이제 극장 전속 가수가 아닌데 그런 결정을 내렸다고 해서 놀랐다”며 “베를린 국립오페라극장에서 커리어를 시작했고, 극장이 길러낸 가수가 세계에서 활동한 것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베이스 연광철-재능문화재단 제공
베이스 연광철-재능문화재단 제공
 연광철은 1일 서울 혜화동 JCC아트센터에서 독주회를 갖고 10~14일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한다. 전남대 음악학과 박은식 교수가 피아노 연주로 함께하는 독주회의 레퍼토리는 슈베르트의 가곡 ‘송어’, ‘봄의 믿음’, 슈만의 ‘그대는 한송이 꽃처럼’, ‘연꽃’ 등 독일 레퍼토리와 ‘그대 있음에’, ‘사월의 노래’ 등 한국 유명 가곡이다.

 연광철은 후배 성악가들에게 전할 조언에 대해 “테크닉이나 기교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한 시대에 외국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다고 하지만 우리 젊은이들은 한정된 울타리 안에서 사는 것 같다”며 “똑같은 노래가 외국에서 어떻게 불려지고 있는지 등을 설명하고, 가수로서 긴 생명력을 갖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접근을 해야한다고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그는 내년 8월말 새 상임지휘자 키릴 페트렌코를 맞이한 베를린 필하모닉과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투어를 진행하는 등 새해에도 해외 무대에 잇따라 설 예정이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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