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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중 기자의 책 골라주는 남자] 위로 에세이 풍년, 씁쓸한 현실의 그림자

[김기중 기자의 책 골라주는 남자] 위로 에세이 풍년, 씁쓸한 현실의 그림자

김기중 기자
김기중 기자
입력 2018-12-06 17:50
업데이트 2018-12-06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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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서점들이 연말을 맞아 올해 베스트셀러 순위를 발표했습니다. 사실 ‘책골남’은 알고 있었습니다. 독자를 위로하는 에세이가 순위권에 대량 오를 거라고. 매주 신문사로 오는 책 가운데 이런 부류가 꽤 많았기 때문입니다. 온라인·오프라인 서점에서도 관련 기획 코너를 자주 열었죠. 아니나 다를까, 올해 전체 베스트셀러 10위권에 이런 책이 6종이나 됐습니다. 교보문고에서는 이를 두고 올해 베스트셀러 키워드로 ‘토닥토닥’을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너무 팍팍한 현실에 지치다 보니 책으로나마 위로받고 싶었을 겁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며 자는 시간마저 쪼개 ‘노오~력’ 해야 한다는 자기계발서에 반발한 탓이기도 할 겁니다. 그렇게 애써 봤자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삶은 나아지지 않았으니까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의미하는 ‘소확행’이라든가, 일에 너무 몰두하지 말고 균형 있는 삶을 살라는 ‘워라밸’, 스웨덴 사람들처럼 살라고 조언하는 ‘라곰’이 유행한 까닭이기도 할 겁니다.

십분 이해하면서도 ‘책으로 위로를 받을 수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예쁜 글로 포장한 에세이를 읽는다고 우리 삶이 과연 나아질까, 오히려 현실을 벗어나 책으로 도망치는 일은 아닐까 의심했습니다.

위로가 필요한 한 해였음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출판계의 마케팅도 분명 과했습니다. 좋은 책 대신 잘 팔리는 책이라며 연일 홍보에 열을 올렸습니다. 감각적인 일러스트로 꾸민 표지를 자랑한 책을 쌓아 둔 서점의 기획전을 보며 가슴 한켠이 씁쓸했습니다. 매주 소개할 책을 고르면서 관련 책은 슬그머니 제쳐 놓기도 했음을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독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것은 아니었을까, 책을 택할 때 개인 성향을 너무 드러낸 것은 아닐까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어쩌면 실패한 책골남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위로하는 에세이가 내년엔 좀 덜 나왔으면 합니다. 우리 사회가 올해보다 조금은 덜 팍팍해졌다는 증거이기도 할 테니까요. gjkim@seoul.co.kr

2018-12-07 3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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