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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생생리포트] 中 130년 굴소스 기업의 성공 비밀은?

[특파원 생생리포트] 中 130년 굴소스 기업의 성공 비밀은?

윤창수 기자
윤창수 기자
입력 2018-12-07 14:03
업데이트 2018-12-14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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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기’ 소스 누룩곰팡이 기술 돋보여...100개국 이상서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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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기 주하이 공장 입구에 있는 가족 경영인의 동상을 관람객이 지켜보고 있다.  
이금기 주하이 공장 입구에 있는 가족 경영인의 동상을 관람객이 지켜보고 있다.
 
중국 광둥성 주하이에서 탄생한 굴소스 ‘이금기’가 만들어진 것은 실수였다. 굴소스를 만든 1대 회장 이금상은 익힌 굴을 파는 식당으로 생계를 이어가다 어느 날 굴을 불에 올려놓은 것을 너무 바빠서 잊어버리고 만다. 오랫동안 끓인 굴에서 나온 진한 갈색의 즙이 독특하고도 좋은 맛을 낸다는 것을 발견한 이금향은 우리로 따지면 ‘이씨네’에 해당하는 이금기란 이름의 굴소스 회사를 1888년 세운다.

단맛과 짠맛에다 고소한 맛까지 갖춘 이금기 굴소스는 1902년 홍콩과 마카오로 판매망을 넓혔다. 1972년 3대 회장이 취임하면서 중국 음식의 세계화란 기업 목표와 함께 글로벌 상표로 성장하게 된다. 특히 같은해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중·미 화해를 상징하는 판다를 상표에 사용하면서 생산 및 판매망도 수직 상승했다. 1980년부터는 4세대가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인에게 순창고추장이나 라면스프가 만능양념으로 통한다면 중식에서는 이금기 굴소스만 들어가면 그럴듯한 맛을 낸다. 발효 탱크에서 누룩곰팡이인 코지 균을 빙글빙글 돌려가며 만들어내는 기술이 도입되면서 대량 생산으로도 이금기 제품만의 독특한 맛을 유지하고 있다.
1950년대 홍콩에서 비싼 값에도 인기리에 팔리던 이금기 굴소스 매장을 재현했다.
1950년대 홍콩에서 비싼 값에도 인기리에 팔리던 이금기 굴소스 매장을 재현했다.
현재 이금기 굴소스는 100개국 이상에서 판매되며 200여 종류의 제품을 생산 중이다. 특히 한번의 실수도 허용하지 않는 ‘100-1=0’이란 품질관리 이념과 제품 및 생산시설에 반영된 환경중시 철학은 100년 이상 가족경영으로도 꾸준히 성장하는 기반이 됐다. 이금기는 판매자와도 오랜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멕시코 판매상은 95년 이상, 일본 판매상은 68년 이상 계약관계를 유지 중이다. 한국에서 이금기 판매는 오뚜기가 맡고 있다.

1991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생산 공장을 세웠고, 말레이시아에도 회사를 설립해 중국에 있는 3개의 공장을 포함해 전 세계 5곳에서 굴소스를 생산하고 있다. 가장 큰 생산설비는 중국 주하이에 있으며 소스를 발효시키는 거대한 탱크만 3000개에 이를 정도로 막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주하이 공장은 태양열, 지열 등 친환경에너지를 이용해 생산 설비를 가동한다. 주하이 굴소스 공장의 태양열 전지판이 생산하는 전기는 광둥성 주민 2490명이 한달 동안 소비하는 전력량과 맞먹는다.
중국 광둥성 주하이에 있는 이금기 공장은 발효 탱크만 3000여개가 넘는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중국 광둥성 주하이에 있는 이금기 공장은 발효 탱크만 3000여개가 넘는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이금기는 소스를 담은 유리병의 무게를 280g에서 265g으로 줄여 유리 소비량을 감축했고, 떼어낼 수 있는 플라스틱 마개를 단 제품 포장을 지난해부터 내놓아 재활용을 늘렸다. 19세기에 세워져 20세기에 번영하고 21세기에 번창한다는 이금기의 철학은 건강식품, 화장품, 생활 가전제품 등으로 생산 영역을 확대하며 이어지고 있다.

홍콩에 본사를 둔 이금기는 1992년 중국 대륙의 경제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주하이 공장을 세웠다. 이금기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16년 유인우주선 선저우 11호 등에서 사용되며 개혁개방 40주년을 맞은 중국 경제 발전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글·사진 주하이·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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