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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학부모의 약속없는 교사 방문·일과 외 전화 막겠다”

[단독] “학부모의 약속없는 교사 방문·일과 외 전화 막겠다”

유대근 기자
입력 2018-12-16 23:20
업데이트 2018-12-17 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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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교육감 송년 인터뷰

공식 면담 시스템·관용폰 제공 고민
혁신학교 50% 이상 동의 얻어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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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교육감. 서울교육청 제공
조희연 서울교육감.
서울교육청 제공
 “학부모가 약속없이 교사를 찾아오거나 일과 시간 외 무분별하게 전화하는 일을 막겠다.”

 조희연(62) 서울 교육감이 14일 서울신문과의 송년 인터뷰에서 “학교에서 직접 생활해보니 전해 듣던 것보다 교권 침해가 심각했다”면서 보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26~30일에 서울 한 고교에서 닷새간 근무하며 현장을 경험했다. 다음은 조 교육감과의 일문일답.

→최근 서울의 한 고교에서 1주일간 생활했는데.

-학교가 겪는 문제가 복잡했다. 특히 자는 학생들이 많아 교사의 수업권 보장이 안 됐다. 내가 수업할 때도 일관되게 자는 학생들이 있었다. 초등 고학년부터 기초학력이 벌어지다 보니 고교 수업을 이해하기 어려워 체념해 자는 학생이 많았다. 또 늦은 밤까지 학원에 다니는 학생, 새벽까지 아르바이트하는 학생 등 자는 이유가 다양했다. 그동안 전해듣던 현실을 생생히 보니 기초학력 개선과 교권보호 등 대안을 심각하게 고민하겠다고 생각했다.

→학교 현장에서 교권이 무너졌다는 우려가 많다.

-학부모가 교실에 불쑥 찾아와 교사에게 폭언하는 건 외국에선 있을 수 없다. 학부모가 공식 시스템을 통해 약속해야만 교사 면담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려고 고민 중이다. 또 교사들이 늦은 밤까지 학부모로부터 전화·문자메시지를 받는 등 사생활 침해를 겪는다. 밤늦게 전화해 욕하는 일도 있다. 교사에게 관용폰이나 공용 번호를 주는 방식으로 일과 뒤 급한 이유없이 교사에 연락하는 일을 막는 방법도 고민 중이다.

→최근 송파구 가락초와 해누리초중이음학교(초등·중학교 통합운영)을 혁신학교로 지정하려다 학부모 반대를 고려해 1년간 예비혁신학교로 운영하기로 했는데.

-서울에서 새로 짓는 학교는 혁신학교로 지정하는 게 교육청의 기본정책이었다. 혁신학교는 적극적 교사와 참여적 학부모가 축이 돼야 한다. 그런데 예비 학부모(대단지 아파트인 헬리오시티 입주 예정자)들이 혁신학교 지정 과정에서 자신들이 소외됐다고 주장했는데 나름대로 합리적 문제제기로 볼 수 있었다. 그래서 1년간 예비혁신학교로 운영하며 혁신학교의 특성을 이해한 뒤 동의 절차를 거쳐 학부모·교사 중 50% 이상이 찬성하면 혁신학교로 전환하기로 했다.

 →혁신학교를 보내면 공부량이 떨어져 아이들의 학력수준이 저하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학부모가 적지 않다.

 -혁신 학교는 아이들이 미래 사회에서 살아갈 때 필요한 역량을 키워준다. 우리 사회는 암기 지식을 측정하는 과거형 입시체제를 넘어서야 한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현실적으로 ‘미래 교육’과 ‘(대입을 위한) 과거형 교육’ 사이에서 끼어 있고 대입에 가까울수록 긴장이 커진다. 다만 초교에서 학력저하 우려를 하는 건 동의하기 어렵다. 초등생들은 자기주도성과 자율성을 최대한 살리며 배우는 게 아이 미래를 볼 때도 옳다. 이 때문에 은평구에서는 신설 혁신초교 때문에 인근 전세가 올라갈 정도로 선호도가 높았다.

→숙명여고 사태 이후 학사비리 우려가 큰데.

-서울 교육청은 지금도 (문제 유출 등에 대해선) 파면·해임을 요구할 정도로 강하게 처벌한다. 학교 평가에 대한 불신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개별 비리·범죄를 모든 학교나 교사의 문제처럼 일반화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일부에서는 “학교 시험 채점을 외부기관이 검증하면 좋겠다”고 하지만 이는 교사의 존립 조건을 무너뜨리는 일이다. 오히려 대입을 둘러싼 무한경쟁을 완화하는 사회적 대책 등을 통해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극단적 입시경쟁에서 아이들의 쉴 권리를 위해 지난 선거 때 일요학원휴무제를 공약했는데.

 -개인적으로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기에 적극 추진할 생각이다. 일요학원휴무제가 전국적으로 시행되려면 국회가 (학원법 개정 등)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 다만, 국회의원들이 이를 두고 충분히 합의하지 못한 상태다. 만약 어려워지면 서울교육청이 서울시 조례로 학원의 일요일 영업을 막는 방법이 있다. 법률적 근거를 검토할 지점이 있다. 내년 적절한 시점에 강력히 추진할 계획이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2018-12-1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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