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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이 찾아온다’…침묵의 살인자 일산화탄소 주의보

‘소리 없이 찾아온다’…침묵의 살인자 일산화탄소 주의보

입력 2018-12-19 10:59
업데이트 2018-12-19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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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보일러·가스 중독 사망자 14명, 남의 일 아냐

지난 10월 15일 광주 북구 영산강변 한 다리 옆에 설치한 텐트 안에서 중년 부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부부는 안에서 잠긴 텐트 안에 누워 있었으며, 특별한 외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텐트 내부에는 휴대용 부탄가스로 작동하는 온수 매트가 켜져 있었다.

이러한 구조로 작동하는 온수 매트는 일산화탄소 중독을 예방하기 위해 가열기를 텐트 밖에 내놓아야 하지만, 이들 부부는 안에서 작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보다 하루 전날인 14일 오후 8시 20분께 경남 창원에 있는 캠핑장 내 캠핑카에서도 일가족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사고 당시 캠핑카는 창문과 출입문이 모두 닫혀 있었고, 주방 싱크대에서는 불을 붙여 태운 숯이 발견됐다.

경북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4월 23일 오전 8시 18분께 고령군 덕곡면 한 캠핑장 텐트 안에서 잠자던 30대 2명이 가스에 중독됐다.

경찰은 이들을 병원으로 옮겼으나 1명은 끝내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숨졌다.

마찬가지로 이들이 묵은 텐트 안에는 타다 남은 숯덩이가 놓여 있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피해자들이 숯을 태우다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숨진 것으로 보고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캠핑장보다 비교적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펜션도 소리 없이 찾아오는 이 죽음의 연기를 피해 가지 못했다.

지난 18일 수능을 마친 고등학생 10명이 강원 강릉의 펜션에서 거품을 물고 쓰러진 채 발견된 가운데 이 중 3명은 꽃다운 삶을 채 피워보지도 못하고 끝내 숨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실내로 유입된 보일러 가스에 포함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이들이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한다.

겨울마다 숱한 인명을 앗아간 일산화탄소(CO). 이 죽음의 연기는 우리가 사는 곳에 예고 없이 찾아와 회복 불가능한 치명상을 남긴다.

추위가 한풀 꺾인 지난 4월 8일 전남 순천시의 한 펜션에서도 투숙객 6명이 어지러움과 구토 증상을 호소했다.

이들은 119구조대에 의해 종합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가족여행을 온 이들은 장작으로 구들장을 달구는 온돌에서 잠을 자다가 일산화탄소에 중독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밖에 지난 3∼4월 경기 가평과 강원 강릉의 펜션 등에서도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추정되는 인명사고가 잇달아 발생했다.

이른바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일산화탄소는 무색·무취로 사람이 인지할 수 없어 더더욱 치명적이다.

폐로 들어가면 혈액에 있는 헤모글로빈(혈액소)과 급격히 반응하면서 산소의 순환을 방해한다.

일산화탄소 흡입으로 체내 산소공급이 부족해지면 뇌와 척추가 영향을 받아 두통과 현기증, 구토 증세를 보일 수 있고 많이 흡입하면 중추신경계가 마비돼 의식을 잃거나 결국 사망한다.

행정안전부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야영장이나 펜션, 일반 주택, 아파트 등지에서 발생한 보일러 및 가스 중독사고는 23건으로 이중 14명이 숨지고 35명이 부상했다. 이는 순수 사고로 집계된 수치다.

수능을 마친 고교생들이 쓰러진 이번 강릉의 펜션 객실에서도 환경부의 정상 기준치(10ppm)의 8배에 가까운 양의 일산화 탄소가 검출됐다.

소방당국과 전문가들은 일산화탄소 예방을 위해 캠핑장과 펜션 등 야영시설을 사전에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나들이 기분에 너무 들뜨지 말고 일단 숙소에 도착하면 보일러 환기시설 등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야외 방갈로나 텐트, 찜질방 등에 머물때에도 취침 전 가스 및 연탄불 사용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소방청 관계자는 “보일러 배관 등에서 새어 나오는 일산화탄소는 중추신경계에 이상을 일으켜 생명을 앗아갈 수 있다”며 “보일러 사용이 많은 겨울철에는 점검을 꼼꼼히 해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가스공사 측도 “밀폐된 공간은 위험할 수 있으니 수시로 환기를 해줘야 한다”면서 “일산화탄소 감지기를 설치하거나 일산화탄소를 빨아들이는 식물을 주방과 난방기구 근처에 놓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불안전연소 가스가 새어 나오지 않도록 정기적인 점검을 꼭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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