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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문화계 결산] 분단문학·평론 큰 별 지고… 페미니즘·퀴어 문학 뜨다

[2018 문화계 결산] 분단문학·평론 큰 별 지고… 페미니즘·퀴어 문학 뜨다

김기중 기자
김기중 기자
입력 2018-12-26 20:38
업데이트 2018-12-27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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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문학계

올해 문학·출판계는 ‘다사다난’했다. 문학계에서 시작한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가 문화계 전반을 휩쓸었다. 미투 열풍은 페미니즘 대중화로 이어졌다. ‘82년생 김지영’이 밀리언셀러에 등극했고, 문학계 숙원이었던 국립한국문학관 부지도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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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학계 미투… 노벨문학상도 미투

올 한 해 문화계를 휩쓴 ‘미투’ 현상은 문단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 2월 최영미 시인이 고은 시인의 성추행 의혹을 제기했다. 최 시인은 지난해 말 계간지 ‘황해문화’에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문단 초년생인 내게 K 시인이 충고했다/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이라는 내용의 시를 기고했고, 이 시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며 미투 파문이 문학계로 번졌다. 최 시인과 고 시인은 현재 법정 공방 중이다. 미투 논란은 외국에서도 뜨거웠다. 지난 5월 스웨덴 한림원은 종신위원인 카타리나 프로스텐손의 남편인 사진작가 장클로드 아르노의 미투 의혹에 올해 노벨문학상을 시상하지 않기로 했다. 한림원이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내지 못한 건 1901년 설립 이래 7번째다.

●한국 문학사 원로들… 역사 속으로

올해는 한국 문학사에 한 획을 그었던 문단의 원로들이 세상을 등진 해이기도 했다. 지난 7월에는 전후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최인훈이 별세했다. 널리 알려진 그의 소설 ‘광장’은 양극화된 이데올로기를 넘어 제3의 길을 모색한 분단 시대의 역작으로 평가받는다. 8월에는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로 대중들에게도 친숙한 황현산 고려대 불어불문학과 명예교수가, 10월에는 여든이 넘어서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 가던 문학평론가 김윤식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가 운명을 달리했다. 독일에 거주하며 인간 내면 깊숙한 곳의 허기와 슬픔, 그리움을 노래했던 허수경 시인도 위암 투병 끝에 별세해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에세이, 예능인문학… 가벼운 책 인기

올해 대세는 ‘에세이’였다. 출간 종수 2672종으로 최근 3년 사이 가장 많았다. 베스트셀러에도 다수 포진했다. 월트디즈니 캐릭터 ‘곰돌이 푸’의 명대사와 행복의 메시지를 엮어 위로하는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가 2018년 연간 베스트셀러 정상에 올랐다. ‘모든 순간이 너였다’, ‘무례한 사람들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등 에세이가 연간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했다. ‘예능 인문학’ 열풍도 뚜렷했다. 유시민 작가의 ‘역사의 역사’는 출간 즉시 전국 서점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82년생 김지영’ 밀리언셀러… 퀴어문학 눈길

지난해에 이어 소설 ‘82년생 김지영’의 승승장구는 여전했다. 2007년 ‘칼의 노래’, 2009년 ‘엄마를 부탁해’에 이어 밀리언셀러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페미니즘 문학의 상승세와 함께 게이, 레즈비언,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 이야기를 다룬 ‘퀴어’(queer) 문학 활약도 눈부셨다. 김봉곤의 ‘여름 스피드’, 박상영의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등이 작가의 첫 소설집임에도 큰 인기를 얻었다. 지난 8월에는 이종산·김금희·임솔아·강화길 등 주목받는 젊은 작가 6인이 참여한 퀴어단편선 시리즈 ‘사랑을 멈추지 말아요’가 출간돼 눈길을 끌었다.

●북한 관련 책 돌풍… 5년간 최다 출간

평창동계올림픽 남북 단일팀 참가, 남북 정상회담, 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 등의 특수에 힘입어 북한 관련 책이 인기를 끌었다. 올해 북한 관련 도서의 판매량(예스24 기준)은 약 4만 8000권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배 증가하며 최근 5년간 판매량 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출간 종 수는 전년 대비 약 1.6배 늘어난 143권으로 최근 5년간 가장 많았다. 가장 눈에 띄는 책은 북한의 실상을 고발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의 ‘3층 서기실의 암호’로, 올해 50·60대 남성들의 베스트셀러에도 이름을 올렸다.

●국립한국문학관 은평구에 2022년 개관

문학계 오랜 염원이던 국립한국문학관의 부지가 서울 은평구 진관동 기자촌으로 결정됐다. 국립한국문학관은 연면적 1만 4000㎡(약 4235평) 규모로 수장고와 전문 자료 복원시설, 전시·교육·연구 시설, 공연장과 편의 시설 등을 갖추게 된다. 2022년 12월 개관 예정이다.

●25년 만의 책의 해… 독서율은 ‘최저’

올해는 1993년 이후 25년 만에 정부가 공식 지정한 ‘책의 해’였다. 책의 해를 맞아 정부와 출판계가 손잡고 전 국민 책 읽기 확산을 위한 다양한 행사를 벌였다. 이 가운데 서점의 심야 운영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전국 심야 책방의 날’은 책에 관한 관심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7년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독서량이 조사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종이책을 1권 이상 읽은 사람의 비율을 뜻하는 ‘독서율’은 성인 59.9%, 학생 91.7%로 나타났다. 이는 1994년 이후 역대 최저치다.

●출판계 블랙리스트 세종도서 논란 계속

‘출판계 블랙리스트’ 논란을 빚었던 세종도서 선정은 올해 초부터 시작해 여전히 진행 중이다. 선정을 누가 할 것이냐를 두고 출판계와 문체부가 줄다리기를 이어 가고 있다. 문체부가 민관 합동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사업 선정 주체 등 새로운 방안을 연말까지 내놓겠다고 했지만 별다른 진척은 없는 상황이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2018-12-27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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