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EU회의 가는 메이, 빈손 참석 우려
브렉시트 합의안 부결 후 하원 연설하는 메이…“노 딜 브렉시트 여부 표결”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12일(현지시간) 브렉시트 합의안이 영국 하원의 승인투표에서 부결된 후 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메이 총리는 합의안 부결 결과가 나오자 의회 성명을 통해 예고한 대로 하루 뒤인 13일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노 딜’(no deal) 브렉시트 여부를 하원 표결에 부치겠다고 밝혔다.
런던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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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투자전문가 “노딜땐 신흥국에 이로워”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뜻하는 브렉시트가 또다시 암초를 만났다. 영국 하원이 정부가 브렉시트 합의안에 변화를 주지 않는다면 세 번째 표결을 실시할 수 없다며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존 버커우 영국 하원의장은 1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영국 정부가 브렉시트 3개월 연장 합의안에 대해 다시 표결을 실시하려 한다면 지난주 부결된 것과 다른 안건을 의회에 제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가 새로운 안건을 추진하고자 한다면 지난 12일 하원에서 부결된 것과 근본적으로 동일하거나 똑같은 안건을 내놓으면 안 된다는 게 내 결론”이라고 덧붙였다. 테리사 메이 총리 측은 “하원의장 성명을 검토 중이며 그의 진술에 주목하고 있다”며 “적절한 고려가 필요한 일”이라는 원론적 답변을 내놨다.
버커우 의장이 절차 문제를 제기하면서 브렉시트 상황은 더 불확실해졌다. 3개월 연장 합의안에 변화를 주어 20일 예정된 세 번째 투표에서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때문에 EU에 브렉시트 연장 요청을 해야 할 메이 총리는 빈손으로 21~22일 EU 정상회의에 참석할 공산이 커졌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는 영국과 고위급 경제대화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김희상 외교부 양자경제국장은 19일 “장기적으로 브렉시트라는 위기 상황을 기회로 활용해보자는 차원에서 한영 간 고위급 경제대화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며 “원칙적 합의는 이뤘고 하반기에 1차 회담을 개최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외교부는 단기 대책으로는 영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100여곳의 애로사항 해소를 위해 주영대사관에 헬프데스크를 설치했고 중기적으로는 한영 자유무역협정(FTA)과 항공협정 등의 체결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신흥국 투자의 대가’로 불리는 미국의 투자전문가 마크 모비우스는 이날 영국이 EU와 합의하지 못한 채 탈퇴하는 이른바 ‘노딜 브렉시트’가 신흥국에는 매우 이로운 사태라고 진단했다. 모비우스는 CNBC 인터뷰에서 “영국이 자유무역을 선언하고 모두가 영국에 들어와 문제 없이 자유무역을 할 수 있도록 한다면 브렉시트는 아주 좋은 사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2019-03-20 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