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에 문제유출’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1심 중형…“교육 신뢰 저하”

입력 : ㅣ 수정 : 2019-05-23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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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딸에게 시험문제와 정답을 유출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이 23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9.5.23 연합뉴스

▲ 쌍둥이 딸에게 시험문제와 정답을 유출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이 23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9.5.23 연합뉴스

쌍둥이 딸에게 사전에 시험문제와 정답을 유출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에게 1심 법원이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단독 이기홍 판사는 23일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현모씨의 선고공판을 열고 현씨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현씨는 2017년 1학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지난해 2학년 1학기 기말고사까지 5차례에 걸쳐 정기고사 답안을 같은 학교 재학생인 딸들에게 알려줘 학교의 성적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실제로 쌍둥이 딸은 1학년 1학기 당시 각각 전교 59등과 121등을 기록했지만, 2학년 1학기 때 각각 이·문과 전교 1등을 달성해 학부모들의 의심을 샀다. 현씨와 두 딸은 수사·재판 과정에서 “오직 공부를 열심히 해 성적이 오른 것 뿐”이라며 혐의를 일체 부인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두 딸이 정답을 미리 알고 이에 의존해 답안을 썼거나 최소한 참고한 사정이 인정되고, 그렇다면 이는 피고인을 통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현씨의 정기고사 답안에 대한 접근 가능성 △정기고사를 앞둔 현씨의 의심스러운 행적 △딸들의 의심스러운 성적 향상 △딸들의 의심스러운 행적 등 4가지를 근거로 제시했다.

우선 현씨가 정기고사 출제서류의 결재권자이고, 자신의 자리 바로 뒤 금고에 출제서류를 보관하는 데다 그 비밀번호도 알고 있었던 만큼 언제든 문제와 답안에 접근할 수 있었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현씨는 정기고사를 얼마 앞두지 않은 시점에 주말 출근을 하거나 초과근무 기재를 하지 않은 채 일과 후에도 자리에 남아 있었다면서 아무도 없는 교무실에서 금고를 열어 답안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재판부는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쌍둥이 딸이 정기고사 성적과 달리 모의고사나 학원 등급평가에서는 성적 향상이 이뤄지지 않은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고교 3학년이 아니면 모의고사에 전력을 다하지 않을 수 있어 그런 성적 차이를 결정적인 부정행위 정황으로 볼 수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지문을 독해하는 국어나 평소 실력이 중요한 수학 등 과목에 한정해도 정기고사는 교내 최상위권인데 비해 모의고사 등의 성적 차이가 지나치게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대로 된 풀이 과정도 없이 고난도 문제의 정답을 적거나, 서술형 답안에 굳이 필요 없는 내용을 교사의 정답과 똑같이 적거나, 시험 직전 정답이 바뀐 문제에 두 딸이 똑같이 정정 전 정답을 적어 틀린 사실 등은 두 딸의 의심스러운 행적으로 꼽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딸들과 공모해 범행을 했다는 사정도 추인된다”고 밝혔다. 쌍둥이 딸은 현재 가정법원에서 소년범 재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두 학기 이상 은밀하게 이뤄진 범행으로 인해 숙명여고의 업무가 방해된 정도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면서 “대학 입시에 직결되는 중요한 절차로 투명성과 공정성을 요구받는 고교 내부의 성적 처리에 대해 다른 학교들도 의심의 눈길을 받게 됐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 사건으로 “교육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저하됐고, 교육 현장에 종사하는 교사들의 사기도 떨어졌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행을 부인하며 경험에 맞지 않는 말을 하고 증거를 인멸하려 하는 모습도 보여 죄질에 비춰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고교 내부의 정기고사 성적의 입시 비중이 커졌음에도 그 처리 절차를 공정히 관리할 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점도 이 사건이 발생한 원인 중 하나라고 짚었다. 또 “딸들이 이 사건으로 학생으로서 일상을 살 수 없게 돼 피고인이 가장 원치 않았을 결과가 발생했다”면서 검찰의 구형량인 징역 7년보다는 낮은 형을 선고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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