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미 3각 물밑접촉… “방미 서훈·해리스, 김정은 친서 전달 관여”

입력 : ㅣ 수정 : 2019-06-13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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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워싱턴에선 무슨 일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관계가 잘될 것이라고 내다보면서도 “서두르지 않겠다”는 표현을 네 차례나 사용했다. 워싱턴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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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관계가 잘될 것이라고 내다보면서도 “서두르지 않겠다”는 표현을 네 차례나 사용했다.
워싱턴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1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친서를 받았다고 공개하면서 남·북·미 사이에 분주한 물밑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특히 서훈 국정원장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현재 미국 워싱턴에 동시에 체류하고 있어 이들이 친서 전달 과정에 관여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등 긴박한 분위기다.
서훈 국정원장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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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훈 국정원장
뉴스1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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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서울의 외교 소식통은 13일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무산 이후 미국이 한국에 김 위원장을 설득해 달라며 친서를 건넸다는 얘기가 있었다”며 “서 원장이 현재 미국에 체류하는 만큼 김 위원장의 답신 격 친서를 전달하는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서 원장이 사전에 판문점을 갔다 왔다고 본다”고 했다. 김 위원장의 친서를 서 원장이 판문점에서 북측으로부터 전달받아 미국으로 가져가는 등 한국이 북미 사이에서 적극적으로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 일각에서는 현재 미국에 있는 해리스 대사가 김 위원장의 친서를 북측으로부터 직접 받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이 평소 주권국으로서의 위상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한국을 통하지 않고 직접 친서를 줬다는 것이다. 대북 소식통은 “국정원을 통한 친서 전달이 수면 위에서 알려진 적은 없다”며 “그간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한 8차례의 친서도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직접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전달했거나 리용호 외무상이 해외 행사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에게 건네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서 원장과 해리스 대사가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고 계속 미국에 체류하는 것도 의문을 자아낸다. 트럼프 대통령의 답신을 받아오거나 뭔가 남북, 북미 간 메신저 역할을 하기 위해 워싱턴에 머물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외교 소식통은 “해리스 대사는 워싱턴에서 열리는 투자회의에 참석하고 이달 말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 준비에 참여하는 것으로 안다”며 “꽤 오래 머물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남북 간 물밑 접촉은 여러 경로에서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오슬로포럼에서 “나는 이번 친서에 대해 사전부터 전달될 것을 알고 있었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하노이 핵담판’ 결렬 이후 한동안 뜸했던 국정원을 통한 대북 접촉도 상당 부분 복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통일전선부의 전열 정비가 마무리됐고 새로운 정보라인이 구축됐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도 다 말하기 어렵지만 물 위에서 보이는 정상 간 만남 외에 여러 가지 길이 있다”면서도 “어느 단위에서 어떻게 구체적으로 만남이 이뤄지는지는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나는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가 북한과 매우 잘해 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연일 북미 비핵화 협상에 대한 긍정적 메시지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어제 말한 대로 나는 김 위원장으로부터 매우 멋진 친서를 받았다. 나는 그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며 “우리는 매우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재는 유지되고 있다”면서 “나는 서두를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서두르지 않겠다’는 표현을 네 번이나 사용하며 속도 조절론을 강조했다. 대화의 문은 열어 두겠지만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행동이 없다면 성급하게 움직이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미국 CNN 방송은 김 위원장의 1주년 친서에 비핵화 대화와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며 “트럼프 정부 관리들은 김 위원장의 친서를 3차 북미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분위기를 조성하고 ‘재설정’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정부의 한 관리는 이번 친서를 “생일 축하 편지”로 묘사하며 “김 위원장이 (친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을 빌었다”고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은 14일이다.

서울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서울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2019-06-1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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