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손주에 불이익”… 경찰이 밀양·청도 할매들 협박했다

입력 : ㅣ 수정 : 2019-06-13 18:11

폰트 확대 폰트 축소 프린트하기
진상조사위 “경찰이 송전탑 건설 위해 부당한 공권력 행사”
시위자 수의 13배 과도한 경찰력 투입
특정 주민 검거 대상 분류 체포조 배치
사복 채증조 편성 상시 주민 감시까지
“경찰청장이 공식 사과해야” 권고
2014년 6월 11일 경남 밀양시 부북면 장동마을 주민들이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기 위해 마을 입구에 설치해 놓은 농성장을 강제 철거당한 뒤 경찰에 둘러싸여 있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13일 ‘밀양·청도 송전탑 건설 사건’ 당시 주민 인권이 침해됐다며 경찰청장의 공식 사과를 권고했다. 연합뉴스
클릭하시면 원본 보기가 가능합니다.

▲ 2014년 6월 11일 경남 밀양시 부북면 장동마을 주민들이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기 위해 마을 입구에 설치해 놓은 농성장을 강제 철거당한 뒤 경찰에 둘러싸여 있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13일 ‘밀양·청도 송전탑 건설 사건’ 당시 주민 인권이 침해됐다며 경찰청장의 공식 사과를 권고했다.
연합뉴스

한국전력공사의 경남 밀양·청도 송전탑 건설 과정에서 경찰이 송전탑 건설 반대 주민들에게 전담 정보경찰을 붙여 사찰하고 주민들을 협박해 건설에 찬성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농성 주민들은 대부분 고령이었는데도 경찰은 농성자 수의 13배에 달하는 공권력을 투입했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조사위)는 13일 ‘밀양·청도 송전탑 건설 사건’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위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경찰이 국책사업 실현을 목표로 이를 반대하는 주민에게 정보력과 물리력을 동원해 강력 대응하는 등 주민의 인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경찰청장에게 공식 사과할 것도 권고했다.

한전은 울산 울주군 신고리원자력발전소 3·4호기에서 생산하는 전력 수송을 위해 밀양시 5개면에 765kV급 송전선로, 청도군 2개면에 345kV급 송전선로 건설을 계획하고, 주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09년부터 공사를 강행했다. 조사위에 따르면 한전은 이해당사자인 주민들에게 사업 추진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주민 의견수렴 절차도 부실하게 진행했다. 2005년 8월 한전의 주민설명회 참석 인원은 송전선로 통과 지역 인구(2만 1069명)의 0.6%(126명)에 불과했다. 청도 주민 대다수는 2011년까지 주민공청회가 열렸는지도 몰랐다.

농성을 진압하기 위해 동원된 경찰은 우선 주민 사찰에 나섰다. ‘과격 시위자 및 주모자 중점관찰 등 특별관리’ 서류를 만들어 특정 주민을 검거 대상으로 분류하고 체포 전담 경찰을 붙였다. 사복 채증조를 따로 편성해 상시로 주민을 감시했다. 경찰관들은 신분과 소속을 밝히지 않고 주민의 집 등을 방문해 사진을 찍었다. 밀양경찰서는 다른 경찰서 정보관을 밀양에 근무하도록 한 뒤 새벽 6시부터 밤 11시까지 특정 주민의 동향을 감시하도록 했다. 정보경찰들은 “자녀, 손주에게 불이익이 갈 수 있다”, “자녀가 회사를 못 다니게 될 수도 있다”고 협박했다.

농촌에 홀로 남은 60~80대 고령 시위대를 진압하는 데 과도한 물리력도 동원됐다. 2014년 6월 행정대집행 당시 경찰 추산 시위자 수는 160여명이었다. 그러나 경찰은 경비 대책으로 경남·경북·부산·대구·경기·울산청 등에서 모두 2100명(약 13배)의 경찰력을 동원했다. 통상 경찰에서 시위 대응 태세를 갖출 때 시위자와 경찰력을 1대5 수준으로 꾸리는 것과 비교해도 무리한 공권력 행사다.

경찰은 농성 움막 안에 주민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절단기, 가위, 커터 칼 등으로 움막을 찢으며 밀고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절단기에 갈비뼈를 다쳤고, B씨는 경찰이 쇠사슬을 끊는 과정에서 목이 졸리는 고통을 겪었고, 머리가 땅을 향한 채 거꾸로 들려 끌려 나왔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2019-06-14 11면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밴드 블로그

서울Eye - 포토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