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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석 평론가의 뉴스 품은 책] 수도 없이 베이는 나무들… 우리 행복이 잘려나간다

[장동석 평론가의 뉴스 품은 책] 수도 없이 베이는 나무들… 우리 행복이 잘려나간다

입력 2019-11-21 17:38
업데이트 2019-11-22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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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처럼 생각하기/자크 타상 지음/구영옥 옮김/더숲/208쪽/1만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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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집권한 브라질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아마존 개발을 장려하면서 열대우림 아마존 파괴가 선을 넘고 있다.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7월 사이 9762㎢가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서울의 16배가 넘는다. 전년도 수치(7536㎢)보다 29.5%나 증가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학계 연구와 언론 보도를 ‘거짓말’, ‘과장보도’라고 일축했지만 이번 발표로 비판 수위는 더 높아지고 있다.

프랑스 식물학자 자크 타상의 ‘나무처럼 생각하기’에 따르면, 인간의 몸과 마음에는 나무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나무를 딛고 살 수밖에 없다. 나뭇가지를 올라타고 열매를 구하며, 끝내 곧게 뻗은 나무를 동경하면서 직립하기에 이른다.

종교 대부분이 나무를 다양하게 이용한다. 신전 내부 기둥은 나무의 긴 몸통을 형상화했다. 천장을 둥글게 만든 이유는 한시라도 숲을 떠나고 싶지 않은 마음의 표현이라 한다. 인류 역사는 실상 나무와 함께 살아온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이 나무를 벗어나기 시작한 데서 인류의 고통이 시작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인간의 몸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아니 토해내는 콘크리트 숲에서 몸은 병들기 시작했다. 마음은 어떤가. 우주를 관장하는 시간 주기에 따라 자라는 나무의 시간을 음미하던 인간이 분초 단위로 삶을 쪼개 살면서 마음마저 산산이 부서진다. “영장류는 오늘날 불확실성으로 인해 길을 잃고 자신들이 이 나무의 행성에 살았다는 사실을 어리석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인간은 이제 자신들을 품었던 나무를 길들이려 한다. 도시의 가로수는 미관을 위한, 도시 구색을 갖추기 위한 소품으로 전락했다. 식물원은 인간이 나무와 숲을 잊지 못한 증거이자, 관리의 대상으로 남겨 두려는 욕망을 표현한 공간일 수 있다. 저자는 세계적으로 붐이 이는 목조건축에 관해 “나무를 다시 인간의 곁으로 들이려는 노력”이라 말한다. 이는 지구온난화를 늦출 수 있고, 인간은 미래에 대한 정서적 안정감을 누릴 수 있다.

저자는 책 말미에 “나무에 더 자리를 내주는 것이 도리”라고 말한다. 그래야 인간이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나무처럼 생각하면 자기중심에서 벗어날 수 있다. 세상은 다시 보이고, 우리가 어디를 향하는지도 보일 것이다. 수도 없이 베이는 아마존 나무들은 혹시 인간의 불행한 내일을 걱정하지는 않을까. 나무와 함께 살았던 기억이 희미해진다면, 그것은 존재의 기억마저 희미해진다는 의미다.
2019-11-22 3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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