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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수사권 조정안 통과에 “검사의 본질 깊이 성찰하라”

윤석열, 수사권 조정안 통과에 “검사의 본질 깊이 성찰하라”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20-01-14 20:29
업데이트 2020-01-15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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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바꿀 건 바꿔야…헌법 정신 지켜내는 데 검찰 자원 써야”

“검사는 형사사법 절차 리더” 강조
직접 수사 폐지 등 세부개혁안 놓고 마찰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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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1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과 관련해 “우리도 바꿀 것은 많이 바꿔 나가야 한다”면서도 “여전히 수사와 소추, 형사사법 절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검사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법이 국회를 통과한 상황에서 청와대나 법무부와 불필요한 논쟁을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윤 총장은 이날 오전 11시 충북 진천에 위치한 법무연수원에서 부장검사 승진 대상인 후배 검사들을 상대로 한 ‘리더십 과정’ 강연에서 “검사는 형사사법 절차를 끌고 나가는 리더”라며 이렇게 밝혔다.

윤 총장은 검사의 본질을 언급하며 “헌법정신은 국민이 모두 동의하는 국가 핵심 가치체계인 만큼, 이것을 지켜내는 데 검찰의 자원을 써야 한다”면서 “호흡을 길게 갖고 검사의 본질적 권한과 책무가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 총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이 통과돼 향후 형사사법시스템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면서 “형사사법 시스템의 변화에 따라 검사의 본질을 깊이 성찰해야 할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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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고위간부 인사 이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까지 강행하며 윤석열 검찰총장을 연일 압박하고 있다. 사진은 윤 총장이 지난 7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 추 장관을 만나러 들어서고 있는 모습.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검찰 고위간부 인사 이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까지 강행하며 윤석열 검찰총장을 연일 압박하고 있다. 사진은 윤 총장이 지난 7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 추 장관을 만나러 들어서고 있는 모습.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이어 “(죄의) 구성요건만이 아니라 가벌성(형벌 필요성)을 따지고 공적 자원을 투입해서 해야 할 일인지도 살펴 형사 문제로 해결할 일이 아닌 것은 비형사화하는 등 우리도 바꿀 것은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검사 신문조서의 증거 능력이 제한되는 것과 관련해서도 검찰 조서로 재판하는 게 국가 사법 시스템 비용 절감 및 효율성 측면에서 도움이 되긴 하지만 “법과 국민의 인식이 바뀌었으니 검찰도 변화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윤 총장의 발언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의 검찰 고위 간부인사나 입법 절차가 끝난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를 존중하고 받아들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신년기자회견에서 추 장관과 윤 총장의 신경전에 대해 “분명히 해야할 것은 수사권은 검찰에 있지만 인사권은 장관과 대통령에게 있다. 이는 존중돼야 한다”면서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에게 (인사에 대해) 의견을 개진할 기회를 줬다. (그런데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이 먼저 인사안을 보여달라고 하고, 제3의 장소에 (인사)명단을 가져와야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고 한 것은 인사프로세스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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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연수원 들어서는 윤석열 총장 차량
법무연수원 들어서는 윤석열 총장 차량 신임 부장검사 리더십과정 강화 프로그램에 참석하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태운 차량이 14일 오전 충북 진천 법무연수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2020.1.1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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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연수원 도착한 윤석열 검찰총장
법무연수원 도착한 윤석열 검찰총장 윤석열 검찰총장이 신임 부장검사 리더십과정 강화 프로그램 참석을 위해 14일 오전 충북 진천 법무연수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2020.1.14 연합뉴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윤 총장에 대한 거취 문제와 대해서는 여전히 신임 쪽에 무게를 뒀다.

문 대통령은 “그 한 건으로 윤 총장을 평가하고 싶지 않다. 윤 총장은 엄정한 수사, 권력에 굴하지 않는 수사로 이미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었다고 생각한다”면서 “검찰도 민주적 통제를 받아야 하는 기관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비판 받는 조직문화, 수사 관행을 고쳐나가는 일에 앞장서 준다면 국민들로부터 훨씬 더 많은 신뢰를 받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말을 종합하면 검찰 수사나 인사 갈등에는 경고를 보내지만 한편으로는 윤 총장에게 신뢰를 표명하면서 수사관행 개선 등 검찰개혁에 적극 나서 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 속에 윤 총장도 그동안 검찰개혁 법안의 세부 내용을 놓고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기도 했지만 원칙적으로 “최종 국회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혀온 만큼 수사권 조정안에 맞춰 검찰 문화 및 제도를 바꿔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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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기자회견에서 답하는 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 답하는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0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1.14
연합뉴스
다만 직접 수사 부서 폐지를 핵심으로 한 직제개편안 등 세부 검찰개혁안을 두고 법무부와 갈등을 빚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한편 이번 고위 간부 인사로 법무연수원장으로 자리를 옮긴 배성범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검경 수사권 조정안 통과에 항의성 사표를 낸 김웅 법무연수원 교수는 이날 강의를 마친 윤 총장을 배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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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10일 오전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이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내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이날 오후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구내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2020.1.10 연합뉴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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