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라일락 꽃 속의 연인들/김송이

입력 : ㅣ 수정 : 2020-04-10 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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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 샤갈 Lovers in the lilacs 131.4×89.5cm, 캔버스에 오일. 1930. ⓒ2020 Artists Rights Society(ARS), NewYork 환상적이고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추구한 러시아 태생 프랑스 화가.

▲ 마르크 샤갈 Lovers in the lilacs
131.4×89.5cm, 캔버스에 오일. 1930.
ⓒ2020 Artists Rights Society(ARS), NewYork
환상적이고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추구한 러시아 태생 프랑스 화가.

라일락 꽃 속의 연인들/김송이

누가 우주에서 이쪽을 향해 손전등을 켜고 있어

늪으로 푹푹 쏟아지는 빛에 등을 맞댄 채 우리는 젖지도 않고 익사를 맹세했네

그럴 때 우리, 헐렁한 서로의 옷에 핀을 찌르며 웃었지 바짝바짝 꽃이 튀네 붉은 라일락이

맨 등을 문지르고 우리가 뒤집힌 낙하산에서 잠을 잤다는 사실을 빨래줄에 달랑 널어놓은 속옷처럼 들키고 싶었네 배 위로 물뿌리개가 지나는 동안 어둠이 수평선에 휘발유를 부으며 지나가는 동안 우리의 섬은 점점 솟아오르며 멀어져가지 사다리로부터 층계로부터

라일락, 라일락, 빵처럼 부풀던 둥근 밤에

샤갈의 그림, 사랑스럽고 신비합니다. 어떤 고통의 순간도 사랑과 신비함으로 해석해 낼 수 있다면 그 시는 독자의 마음을 훔칠 것입니다. 시 속의 연인, 라일락 꽃 덤불 속에서 봄밤을 지샜군요. 낙하산을 뒤집어쓴 것처럼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았으나 자랑처럼 들키고도 싶었지요. 지나가는 배 위에 소나기 내리고 수평선에 휘발유를 부으며 동이 터 오릅니다. 당신, 한때 봄꽃나무 아래 밤을 새워 본 적 있는지요? 없다면 잘못 살았군요. 그래요, 이번 주말 봄꽃나무 아래 랜턴 세우고 앉아 헤세나 릴케, 동주나 백석을 읽음은 어떻겠는지요?

곽재구 시인
2020-04-1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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