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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모자·신발서도 바이러스 나왔는데… 아파도 못 쉰 ‘방역 사각지대’ 확산 키워

작업 모자·신발서도 바이러스 나왔는데… 아파도 못 쉰 ‘방역 사각지대’ 확산 키워

이현정 기자
이현정, 김주연 기자
입력 2020-05-28 18:12
업데이트 2020-05-28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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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센터 집단감염 왜

쿠팡, 폐쇄 전날까지 문자로 출근자 찾아
노동계 “맘 편히 쉬게 상병수당제 도입을”


쿠팡에 이어 마켓컬리 물류센터에서 코로나19가 집단 발병한 배경에는 아파도 쉴 수 없는 노동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정부는 28일 별도의 물류시설 방역지침을 만들겠다고 밝혔으나 노동계는 노동자가 아플 때 쉬더라도 소득 감소를 걱정하지 않도록 사회안전망을 도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쿠팡 물류센터 첫 확진환자는 지난 13일부터 오한·근육통 등의 증상이 나타났으나 22일에서야 진단검사를 받았고 24일 확진됐다. ‘아프면 3~4일 쉬면서 경과 지켜보기’라는 기본 방역수칙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근무환경 역시 방역에 취약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구내)식당에서 식사하는 과정, 흡연실에서의 흡연 과정에서 충분한 거리두기나 생활방역수칙이 이행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고, 그런 생활방역 사각지대에서 전파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작업 모자, 작업장 신발 등에서도 코로나19 환경검체가 검출될 정도로 바이러스가 많이 배출됐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성명에서 “개인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은 것만 문제 삼을 게 아니라 왜 ‘아프면 3~4일간 쉬기’ 개인방역 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는지를 따져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부천 쿠팡 물류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원 중 97%가 비정규직 노동자”라며 “계약직 노동자는 정규직이 되기 위해 아파도 쉬지 못하고 일용직 노동자는 먹고살기 위해 아파도 쉬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쿠팡 측은 확진환자가 나온 상황에서도 물류센터를 폐쇄하기 전날인 25일까지 문자를 보내 출근할 수 있는 근무자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계는 아픈 노동자가 맘 편히 쉴 수 있도록 ‘상병수당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상병수당제는 질병이나 부상 등 건강 문제로 근로 능력을 잃었을 경우 소득을 보장하고 치료 후 업무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도다.

지난 3월 169명의 코로나19 환자를 양산한 구로 콜센터 집단감염 사례 역시 아파도 쉴 없는 환경 때문에 문제가 커졌다. 방역당국은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아프면 쉰다’가 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상병수당 도입에 필요한 재정 여력이 제한돼 사회적 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2020-05-2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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