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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전기를 내뿜는 박테리아의 비밀 분자/조현욱 과학과 소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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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ㅣ 수정 : 2020-09-23 01:56 열린세상 섹션 목록 확대 축소 인쇄
조현욱 과학과 소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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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욱 과학과 소통 대표

박테리아 중에는 대사 과정에서 전자를 생성해 배출하는 종류가 적지 않다. 지하수나 흙 속에 널리 존재하는 지오박터속(屬)이 그런 예다. 사람처럼 산소를 들이쉬고 이산화탄소를 내쉬는 것이 아니라 유기물을 삼키고 전자를 ‘내뿜는’다. 전자는 근처의 산화철 같은 광물로 전달된다. 지오박터는 폐 전자가 확실히 전달되게 만드는 강력한 도구를 가지고 있다. 미국 예일대학 미생물학연구소의 팀이 지난달 ‘네이처 생화학’에 발표한 논문의 내용이다. 이들은 해당 박테리아가 “특수한 전도성 단백질로 만들어진 ‘거대한 스노클’(잠수용 호흡 대롱)을 통해 숨을 쉰다”고 밝혔다.

지난 19일 과학 매체 ‘라이브 사이언스’가 소개한 내용을 보자. 제목은 “박테리아가 전기를 배출할 수 있게 해 주는 ‘비밀 분자’가 과학자들에게 발견됐다”. 비밀 분자란 전기를 통하는 나노(10억분의1)미터 규모의 단백질 와이어다. 앞서의 ‘스노클’이다. 선폭은 머리카락의 10만분의1이지만 지오박터 몸길이의 수백~수천 배 먼 곳까지 전자를 이동시킬 수 있다. “사람은 300미터 앞쪽으로 숨을 내쉴 수 없지요.” 연구팀을 이끄는 니힐 말반카르 교수의 말이다.

연구진은 첨단 현미경 기술로 이 같은 ‘비밀 분자’를 발견했다. 또한 전기장으로 자극하면 생겨나는 이 분자가 자연환경에서보다 1000배 효율적으로 전기를 전도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우리는 이 발견이 박테리아 기반의 전자 장치를 만드는 데 사용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반카르 교수는 말했다.

이전에 그의 연구팀은 특정 지오박터종이 작은 전극에 접하면 또 다른 영리한 생존 트릭을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전기장의 자극을 받은 미생물은 수백 마리가 수백 층 높이의 고층 아파트처럼 쌓여 생물막을 이룬다. 이를 통해 단일한 전력망을 공유하며 전자를 끊임없이 이동시킨다. 이번 연구의 핵심 질문은 ‘100층 높이에 있는 미생물이 어떻게 전자를 바닥까지 쏘아 내린 다음 나노 와이어를 통해 밖으로 멀리 내쏠 수 있는가’다. 몸길이 수백, 수천 배의 호흡 거리는 미생물에서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이번 연구팀은 최첨단 현미경 기술을 두 가지 동원해 지오박터의 배양물을 분석했다. 먼저 고해상도 원자간력 현미경. 나노 와이어의 표면을 극도로 민감한 탐침으로 더듬어 구조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수집했다. 이것은 점자를 읽는 것과 비슷하지만 돌기의 크기는 10억분의1 미터에 불과하다. 그다음은 적외선 나노 분광법. 나노 와이어가 적외선을 산란시키는 방식을 기반으로 특정 분자를 식별했다. 이를 통해 지오박터의 특징적 나노와이어를 만드는 단백질(OmcZ)을 구성하는 개별 아미노산의 ‘고유한 지문’을 파악했다.

배양액에서 전기장의 자극을 받은 지오박터는 신종 나노 와이어를 생성한다. 토양에 있을 때보다 1000배의 효율로 전기를 전도하는 물질이다. 말반카르 교수는 “박테리아가 전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알려져 있지만 분자 구조는 아무도 몰랐다”면서 “마침내 우리는 그 분자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10여년 전부터 연구자들은 소형 전자장치에 전력을 공급하려고 지오박터 군집을 사용해 왔다. 소위 미생물 연료전지다. 가장 큰 장점은 수명. 박테리아는 거의 무기한으로 자신을 복구하고 번식하면서 작지만 일정한 전하를 생성한다. 2008년 미 해군 실험에서는 워싱턴DC의 포토맥강에 있는 작은 기상관측 부표에 동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했다. 배터리는 약화 징후를 보이지 않고 9개월 이상 작동했다.

그러나 이러한 연료전지가 제공하는 충전량은 매우 적다(해군 부표는 36밀리와트의 전력으로 작동했다). 이 탓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전자 장치의 유형을 심각하게 제한한다.

이번 새로운 연구를 통해 과학자들은 미생물 나노 와이어를 조작해 더 강하고 전도성을 높이는 방법을 알게 됐다. 이 정보는 바이오 전자 제품의 생산을 더 저렴하고 쉽게 만들 수 있다고 말반카르는 말했다. 그는 “지오박터 몇 개로 아이폰을 충전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면서도 “이제 우리는 발 아래에 있는 미세한 전력망의 힘을 좀더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2020-09-2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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