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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사라지는 日나라의 사슴들…먹이 줄어들자 야생으로

코로나19에 사라지는 日나라의 사슴들…먹이 줄어들자 야생으로

김태균 기자
입력 2020-10-22 16:04
업데이트 2020-10-22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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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나라현 나라시 사슴공원.
일본 나라현 나라시 사슴공원.
교토와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고도 나라(奈良)의 명물 사슴들이 코로나19 여파로 개체 수가 급격히 줄고 있다. 시내 유적과 함께 관광산업에 톡톡히 효자 노릇을 해 온 사슴들이 관광객들이 급감하면서 대거 야생의 서식 공간으로 되돌아가 버렸기 때문이다.

2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나라현 나라시의 대표적 서식지인 나라공원 주변 사슴들이 코로나19 때문에 먹이(사슴 전병)를 주는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큰폭으로 줄어들었다.

홋카이도대와 나라사슴애호회의 공동조사에 따르면 나라공원 평지(약 1.2㎢)에 서식하는 사슴들의 지난 6월 개체 수는 1월에 비해 낮에는 30%, 밤에는 40% 감소했다. 사슴은 겨울철을 숲에서 보낸 뒤 봄이 되면 평지로 나오기 시작, 초여름이면 이동이 완료되지만, 올해에는 여름(6월) 개체수가 겨울(1월)보다도 대폭 감소하는 이례적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홋카이도대 연구팀은 “코로나19에 따른 관광객 급감으로 공원 주변의 사슴 전병 공급이 줄면서 자연에 있는 먹이를 찾기 위해 사슴들이 주변 산간부로 이동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일본의 손꼽히는 관광지인 나라시에서는 긴급사태가 발령됐던 올해 4~5월 관광객이 전년 대비 95% 감소했다.

사슴들이 공원을 떠나 산으로 들로 이동하면서 주변 농가들은 곤욕을 치르고 있다. 나라공원 북쪽에서 조경업을 하는 아키타 야스시는 “재배하는 정원용 나무·묘목의 잎과 가지를 사슴들이 먹어버려 못 팔게 되는 등 피해액이 수백만엔에 이른다”고 니혼게이자이에 말했다.

중요한 관광 자원이 줄어들면서 지방자치단체도 속을 태우고 있다. 나라현 관계자는 “야생에 서식하는 사슴을 시내에서 쉽게 접하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라면서 “공원에서 사슴의 모습이 별로 보이지 않게 되면 관광에도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홋카이도대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초래한 이번 변화를 인간과 사슴의 공생 방법을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관광객이 주는 부드러운 재료의 전병 때문에 반추동물인 사슴에게 필요한 되새김질 기능이 약화되고 관광객들이 먹이를 줄까말까 약을 올리는 과정에서 사슴들이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병을 주는 방법, 양과 빈도 등을 재고해 사슴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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