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함미 인양]“차디찬 바다서 이제서야 돌아오느냐” 가족들 통곡

[천안함 함미 인양]“차디찬 바다서 이제서야 돌아오느냐” 가족들 통곡

입력 2010-04-16 00:00
수정 2010-04-16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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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내 아들아. 차디찬 물속에서 얼마나 추웠니….”

통곡의 바다였다. 어머니와 아버지들은 아들의 ‘마지막 신고’에 가슴을 치며 목놓아 울었다. 15일 오후 천안함 희생 장병들의 시신이 잇따라 차디찬 주검으로 돌아오자 경기 평택 해군2함대사령부 숙소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던 가족들은 참았던 울음을 한꺼번에 터뜨렸다. 삼삼오오 모여 TV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가족들은 팽팽했던 20일간의 긴장이 일시에 풀린 듯 허공을 응시하며 눈물을 훔쳤다. 장병들의 시신은 군(軍)이 제공한 헬기에 실려 속속 2함대 영내로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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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천안함 함미 내부에서 발견된 이상준 하사 시신이 경기 평택 해군 2함대 사령부로 운구되는 모습을 지켜보던 유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15일 천안함 함미 내부에서 발견된 이상준 하사 시신이 경기 평택 해군 2함대 사령부로 운구되는 모습을 지켜보던 유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오후 6시9분 방일민·이상준·서대호 하사의 시신을 운구한 헬기가 2함대 헬기장에 내렸고, 곧 대형 태극기가 덮인 서 하사의 시신이 첫 번째로 의무대에 도착했다. 서 하사의 어머니 안민자씨는 시신을 향해 손을 뻗으며 “내가 우리 아들을 보면 안다. 아들을 봐야 돼.”라고 절규해 주변의 눈시울을 붉혔다. 안씨는 “우리 애가 기름 속에 있었나봐. 기름 범벅이다. 시신이 왜 새파라냐.”며 흐느꼈다.

곧이어 이상준 하사의 시신이 들어오자 아버지 이용우씨와 어머니 김미영씨도 “상준아!”라고 외마디 비명을 지른 뒤 얼굴을 감싸고 쓰러져 통곡했다. 오후 7시10분 이상민(88년생)·박동혁 병장, 임재엽 하사 등 3명이 헬기에 실려 2함대로 들어오고 25분 뒤 강현구 병장, 박정훈 상병, 신선준 중사 등 3명을 실은 헬기까지 도착하자 2함대 영내는 거대한 울음바다로 변했다. 오후 11시50분까지 발견된 박석원 중사, 서승원·차균석 하사 등 27명의 시신도 뒤따라 도착했다. 의무대까지 시신을 운구하는 18명의 장병들은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동료들을 애절한 눈빛으로 바라보다 고개를 떨궜다.

시신을 찾았다는 소식을 듣지 못한 나머지 가족들은 애끓는 심정을 토로했다. 박경수 중사의 사촌형 경식씨는 “함미가 물 위로 올라왔을 때 크게 부서진 것을 보고 희망을 잃었다.”면서 “기대가 완전히 사라진 오늘 하루가 지금까지 보낸 시간보다 훨씬 더 힘들다.”고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일부 가족들 사이에는 대화가 끊겨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시신으로 돌아온 문규석 중사의 사촌형 강석씨는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묵만 흐르고 있다.”면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가족들이 더 이상 울지도 못할 정도로 탈진했다.”고 애통한 마음을 전했다. 심영빈 하사의 동생 영수씨는 “어머니를 비롯해 누구도 말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심정을 밝힐 만한 여지조차 없다.”고 슬퍼했다. 2함대에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야간 응급진료 서비스가 도입됐다. 경기도립의료원 관계자는 “의료진이 15일부터 야간진료를 시작했다.”면서 “구급차도 5대 보강한 상태”라고 말했다.

정현용 윤샘이나기자 junghy77@seoul.co.kr
2010-04-1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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