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라디오 연설문 막판까지 ‘고심’

李대통령, 라디오 연설문 막판까지 ‘고심’

입력 2010-06-14 00:00
수정 2010-06-1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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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구상 대부분 담아” …연설문 작성 과정 주도

 이명박 대통령의 14일 라디오연설은 발표 직전까지도 수정을 거듭하는 등 막판까지 고심했다.

 6.2 지방선거 이후 침묵으로 일관해온 이 대통령이 12일 만에 내놓는 공식입장인 만큼 자구 하나하나에도 심혈을 기울였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인지 언론에도 방송 시작 30분 전인 7시30분께 연설문이 배포됐다.이마저도 7시 현재 수정본으로 실제 방송에선 원고와 다른 표현이 포함되기도 했다.

 연설문 성안 작업은 전날 밤늦게까지 정정길 대통령실장과 박형준 정무수석,이동관 홍보수석,김두우 메시지기획관 등 청와대 일부 핵심 참모진만 참석한 가운데 극도의 보안 속에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대통령은 연설문 작성 과정에 대부분 참여했다”면서 “내용 역시 대통령의 기본 구상을 모두 담았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특히 4대강 사업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경부고속도로에서 인천국제공항과 고속철도에 이르기까지 국책 사업은 그때마다 많은 반대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 부분은 이 대통령이 직접 구술해 포함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준비가 되는 대로 새로운 진용도 갖추겠다”,“이럴 때일수록 국정의 중심을 확실히 잡고 치밀하게 대처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 대목도 이 대통령의 뜻에 따라 막판에 추가됐다.

 연설문의 기본 방향은 지난 8일께 정해져,11일께 인적개편과 세종시 해법 등 에 대한 기본 골자가 결정됐다고 참모진들은 전했다.지난 7일 정례 라디오 연설을 취소하고 숙고의 시간을 거치면서 이번 연설에 주력한 셈이다.

 라디오 연설 형식을 두고는 참모진 간에 기존 방식대로 하자는 의견과 TV생중계를 병행하자는 의견이 엇갈렸다는 후문이다.이 대통령은 국정쇄신책 등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많은 만큼 지난 12일 TV생중계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설은 태극전사의 월드컵 축구 승전보로 시작했다.이 대통령은 사전에 배포된 원고에는 없던 내용인 “정말 신났다.손녀딸을 안고 펄쩍펄쩍 뛰었다”라고 감격해 한 뒤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거침없이 세계를 향해 뛰는 모습이 감격스러웠다”며 웃음을 머금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이번 선거를 통해 표출된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본론’에 들어가서는 웃음기를 거두고 연설 10여분 동안 내내 진지한 표정으로 국정쇄신책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와 내각의 시스템을 더 효율적으로 개편하겠다”는 부분 앞에는 “준비가 되는 대로”라는 단서를 달아 충분한 숙고 기간을 거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대통령은 또 각 분야의 선진화 개혁 대상으로 원고에는 “규제,공기업,노사,교육”을 꼽았으나 실제 발표 시에는 ‘검.경’을 추가함으로써 최근 ‘스폰서 검사’ 이후 불거진 법조 개혁도 빼놓지 않았다.

 4대강 사업 부분에서는 재해 복구 비용에 들어가는 ‘막대한 돈’을 줄일 수 있는 사업이라고 돼 있었으나 “수조원의 돈”으로 해마다 들어가는 피해액을 구체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각종 국책사업과 관련,“정책적 사안이 정치적 사안이 됐다”며 세종시 수정과 4대강 사업 등이 논란의 대상이 된 데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다만 연설의 마무리는 다시 “‘대∼한민국’을 외치며 우리 대표팀을 응원하겠다”고 태극전사의 선전을 염원하며 엷은 미소를 띤 채 끝을 맺었다.

 한편 이날 이 대통령은 짙은 감색 정장에 푸른색 넥타이를 착용해 안정감을 줬으며,위민관 집무실 책상에 앉아서 방송하는 동안 두 손을 깍지를 끼운 채 몸을 앞으로 기울이는 등 시종 진지한 모습을 보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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