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질책·주문 뒤에야 ‘밀양송전탑’ 진전

대통령 질책·주문 뒤에야 ‘밀양송전탑’ 진전

입력 2013-05-30 00:00
수정 2013-05-30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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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주문후 대책마련 ‘책임장관제’ 무색 지적도

새 정부 내각이 박근혜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고 있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박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어떤 사안에 대해 비판하거나 지침을 준 다음에야 정부가 해결책을 모색하거나 사태가 풀리는 모습이 종종 연출되면서 ‘책임장관제’가 무색해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온다.

밀양 송전탑 사태를 둘러싼 정부의 움직임이 대표적인 사례다.

박 대통령은 지난 28일 국무회의를 주재, “(갈등이) 시작된 지가 7∼8년은 됐는데 그 세월 동안 뭘 하고 있었느냐, 시작 후에도 성의를 갖고 신경 썼더라면 이렇게까지 갈등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란 얘기를 매번 듣게 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최근 한전의 공사 재개로 주민과 충돌해 부상자가 속출하는 밀양 송전탑 공사 현장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됐다.

그동안 갈등을 지켜보고만 있었던 정부는 다음날인 29일 곧바로 움직였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장관과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이 국회가 제시한 ‘전문가 협의체 구성 및 공사 일시 중단’ 중재안에 서명한 것.

박 대통령이 지난 14일과 20일, 27일 국무회의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어린이집 안전 및 비리 척결 대책 마련을 수차례 지시하자 정부가 30일 오전 새누리당과 보육 관련 당정협의를 가진 것도 비슷한 사례로 보인다.

대통령의 강한 주문이 잇따르자 영유아 보육시설의 아동학대와 보조금 부정수급 행위 등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각종 대책을 내놓았다.

이러한 정부의 움직임은 박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고치기 위해 대선 공약으로 내놓은 ‘책임장관제’와 거리가 있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대체적인 평가다.

장관이 자율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부처의 업무나 정책을 추진하고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데 여전히 추진 과정에서 대통령만 ‘바라보는’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은 정책을 결정하는 자리인데 ‘추진’까지 하는 것은 문제”라며 보다 실효적인 책임장관제 이행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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