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회의록 공개로 남북대화 더 어려워질 것”

전문가들 “회의록 공개로 남북대화 더 어려워질 것”

입력 2013-06-25 00:00
수정 2013-06-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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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회의록 내용 역이용해 남한 정부 압박 가능성”

국가정보원이 24일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공개한 데 대해 남북관계 전문가들은 향후 남북관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남북정상회담에서 오간 발언을 일방적으로 공개한 행위로 인해 남북 간 불신이 굳어지면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까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장용석 서울대 평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이번 회의록 공개로 남북 간에는 불필요한 공방이 확대되면서 대화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향후 남북 간에 진정성 있는 대화가 가능할지에 대한 의구심도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장 연구원은 “설사 남북간 대화가 재개되더라도 공식적인 말밖에 할 수 없어 대화의 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회의록 공개는 향후 남북간 대화에서 불신을 구조화시키는 행위”라며 “박근혜 정부의 신뢰프로세스가 ‘불신 프로세스’로 변질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북한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10·4 공동선언이 정략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북한은 박근혜 정부의 10·4 선언 이행 의지에 불신을 갖게 될 것이며 이 또한 남북관계에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회의록 공개 행위는 국제규범이 통하는 남북관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계동 연세대 국가관리연구원 교수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경우 외교협상 회의록은 비밀문서로 간주해 수십년 동안 공개하지 않는 것이 관례”라며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는 국제규범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국정원의 회의록 공개에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근식 교수는 “북한은 회의록 공개를 10·4 선언에 대한 ‘부관참시’로 간주하고 맹렬히 비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용석 연구원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말 한마디가 교시나 다름없는 북한에서 회의록 공개는 김정은 정권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며 “북한이 부정적으로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북한이 공개된 회의록 내용을 역이용해 ‘견강부회’하며 남한 정부를 압박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김계동 교수는 “북한은 회의록 내용 가운데 자신들에게 유리한 부분을 거론하며 ‘왜 이제 와서 딴소리하느냐’는 식으로 나올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남북 대화가 매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동열 치안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남한을 비난하면서도 회의록의 일부 내용에 대해서는 부정하는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이번 회의록 공개는 남북관계를 후퇴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큰 파장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유동열 연구원은 “북한도 남북 당국간 협상 내용을 수차례 일방적으로 공개한 바 있고 현재 남북관계가 이미 경색 국면이기 때문에 더는 크게 악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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