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말린 ‘대반전 시리즈’, 이런 경우도 있었다

피말린 ‘대반전 시리즈’, 이런 경우도 있었다

입력 2010-06-03 00:00
수정 2010-06-03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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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에서는 항상 ‘반전의 반전’ 사례는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극적인 뒤집기 사례가 광역선거구 등에서 많았다. 명승부전은 한나라당 오세훈 호보와 민주당 한명숙 후보간의 서울시장 선거 개표전. 한 후보가 수천표 차로 앞서 가던 개표방송을 보다 잠자리에 들었던 시민들은 아침 오 후보가 근소한 차로 뒤집은 개표방송을 보면서 ‘선거전 묘미’를 김장감 속에서 즐겼다. 제주도에선 무소속 현명관 후보가 무소속 우근민 후보에 줄곧 앞서다 막판 추격을 허용,통한의 패배를 당했다.

☞[화보] 당선자들 환희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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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호하는 오세훈 당선자 6.2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당선된 한나라당 오세훈 당선자가 3일 서울 프레스센터 선거 사무소에서 당선을 축하하는 지지자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환호하는 오세훈 당선자
6.2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당선된 한나라당 오세훈 당선자가 3일 서울 프레스센터 선거 사무소에서 당선을 축하하는 지지자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엎치락뒤치락 피말린 서울시장 개표


 선거 전날까지만 해도 오 후보의 안정적 승리가 점쳐졌다. 하지만 2일 오후 6시 투표 종료와 함께 발표된 방송 3사의 출구조사에서 오세훈(49) 47.4%, 한명숙(66) 47.2%로 나타나면서 피 말리는 득표전은 시작됐다.

 개표 초반에는 오 후보의 리드가 눈에 띄었다. 밤 8시50분 개표율 0.2%인 상황에서 오 후보가 한 후보를 10.6%포인트라는 비교적 큰 차이로 앞섰다.

 하지만 밤 9시 이후부터 한 후보의 추격세에 불이 붙었다. 급기야 오후 10시20분 개표율이 4.0%인 상황에서 한 후보가 2.7%포인트 차로 오 후보를 앞서자 승기가 한 후보 쪽으로 기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후 한 후보는 5시간 넘게 선두를 달렸다.그렇지만 오 후보의 추격전도 만만치 않아 3일 새벽에는 오 후보가 0.05%포인트 격차로 바짝 뒤를 쫓는 등 좀처럼 보기 힘든 ‘개표 드라마’는 이어졌다.

 패색이 짙다고 판단한 한나라당은 “국민의 기대에 못미쳤다.”는 입장을 밝혔고,승리를 예단한 민주당은 “국민적 심판”이라고 논평하는 등 섣부른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한 후보는 자정께 여의도 민주당사를 찾아 “당선이 희망적”이라며 ‘표정 관리’에 나섰고,오 후보는 새벽 1시께 캠프 사무실을 찾아 “패색이 짙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며 굳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3일 오전 4시20분께 반전이 이뤄졌다. 끈질기게 따라붙던 오 후보가 개표율 70% 후반에 이르자 소수점 이하의 근소한 차이로 한 후보를 제치고 앞서 나갔다.

 한나라당 텃밭인 서초에서 개표기 고장으로 중단됐던 개표가 재개되면서 오 후보를 향한 표가 쏟아져 나왔다. 오 후보는 천신만고 끝에 잡은 승기를 놓치지 않았다. 한때 2000표 정도로 격차를 좁혀온 한 후보의 막판 추격전을 뿌리친 오 후보는 오전 7시가 훨씬 넘어 당선을 확정지으며 피 말렸던 ‘10시간의 개표 드라마’를 끝냈다.

 

 ●제주지사 개표 막판 대역전 드라마

 무소속 우근민(67·전 제주지사) 후보와 무소속 현명관(68·전 삼성물산 회장) 후보가 맞붙은 제주지사 선거는 개표 막판에 가서야 전세가 역전되는 극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개표 직전까지는 우 후보 진영의 분위기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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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근민, 제주지사 당선 환호 6.2 전국 동시지방선거에서 제주도지사에 당선된 무소속 우근민 후보 부부가 화환을 목에 걸고 지자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우근민, 제주지사 당선 환호
6.2 전국 동시지방선거에서 제주도지사에 당선된 무소속 우근민 후보 부부가 화환을 목에 걸고 지자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2일 오후 6시 방송 3사가 발표한 출구조사에서 지지율이 우 후보 42.0%,현 후보 40.8%로,YTN이 발표한 예측 조사에서도 우 후보 41.0%,현명관 후보 39.6%로 우 후보가 모두 앞선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표가 시작되면서 예측과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 현 후보가 줄곧 우 후보를 앞서 나갔다. 현 후보는 계속 상승세를 타 개표율이 70%대 초반에 이르렀을 때는 4900여표까지 표 차가 벌어졌다. 현 후보 진영은 거의 승리를 확신하는 듯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그러나 개표율이 7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득표 차가 좁혀지더니 개표율이 94%대에 이르러서는 전세가 역전됐다. 우 후보의 고향인 제주시 구좌읍과 우도에서 몰표가 나오고,애월과 한림 등 옛 북제주군 지역에서 현 후보를 크게 앞섰기 때문이다.

 현 후보 진영은 긴장감이 팽팽했고,우 후보 진영은 미소가 돌았다.

 2일 밤 1시가 지나면서 우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현 후보의 선거사무소는 패배를 자인한 듯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고,하나 둘 자리를 빠져나갔다.

 우 후보는 이날 밤 1시 40분께 완료된 개표에서 전체 유효투표(26만7103표)의 41.40%인 11만588표를 얻어 10만8336표(40.55%)를 얻은 무소속 현 후보를 2252표 차로 따돌렸다. 우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자 캠프에는 수많은 지지자가 몰려 승리의 기쁨을 나눴다.

 

 ●경기도서 한나라 참패…지역 정가 요동 전망

 2006년 경기도 지방선거에서 거의 모두 ‘싹쓸이’ 했던 한나라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참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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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한나라당, 시련 통해 더 성숙해야” 수원=연합뉴스
김문수 “한나라당, 시련 통해 더 성숙해야”
수원=연합뉴스


 한나라당은 김문수 도지사의 재선에 성공했을뿐 31곳의 시장·군수 선거에서는 10곳에서만 승리하는데 그쳤고 112명을 뽑는 광역의원 선거에서도 36명 당선에 머물렀다. 특히 도의원은 부천과 안산,안양,시흥,광명 등에서 한 석도 차지하지 못했다.

 민주당은 시장·군수 선거에서 20곳, 도의원 선거에서 71석을 차지해 한나라당을 압도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그동안 절대 다수를 차지해 온 도의회에서 다수당의 지위도 잃게 됐다.

 한나라당은 2006년 5월 제4회 지방선거에서 31명의 시장·군수 가운데 27명,108명의 도의원 전원을 차지했었다. 당시와 비교했을 때 이번 선거 결과는 그야말로 ‘초라한’ 성적이다. 앞서 한나라당은 2002년 6월 치른 지방선거에서도 24곳의 시·군 단체장을 배출, 4곳 승리에 그친 민주당을 압도한 바 있다.

 김 도지사 당선자가 예상과 달리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와 4.4%포인트의 작은 득표차를 보인 것도 한나라당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4년간 힘의 중심추가 한나라당에서 민주당 등 야권 후보 단일화에 성공한 야당으로 급속히 쏠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 당선자는 향후 4년간 도의회 및 시군과의 업무 협조에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도 무소속, 야권 단일후보 ‘대약진’

 한나라당의 전통적인 텃밭인 부산에서도 무소속 후보와 야권 단일후보들이 대거 약진했다.

 16개 구·군의 단체장 선거에서 무소속 후보가 3명이 당선됐고, 2002년과 2006년 지방선거 때 한나라당이 연거푸 싹쓸이했던 시의원 선거에서도 무소속 후보 5명이 여당 후보를 눌렀다. 연제구청장 선거에서 무소속 이위준 현 청장이 한나라당 임주섭 후보를 눌렀고, 동구청장 선거에서도 무소속 박한재 후보가 한나라당 박삼석 후보를 압도했으며 기장군수 선거에서는 한나라당 홍성률 후보가 무소속 오규석 후보에게 패했다.

 한나라당 공천탈락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해동,강성태 시의원도 시의회에 재입성했다. 기초의원 선거에서도 무소속 후보 20명이 당선됐다.

 이는 지역 여당 국회의원들이 지방선거 공천과정에 당선 가능성 등 경쟁력 있는 인물을 선택하기보다는 측근을 심으려고 행한 ‘사천의 필연적인 결과’라는 게 지역 정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특히 연제구에서는 지난 18대 총선 때 친박연대로 출마해 당선된 뒤 한나라당에 복당한 박대해 의원이 총선 당시 한나라당 후보 측을 지원한 이위준 구청장은 물론 시의원 2명을 모두 낙천시켜 ‘보복공천’ 논란이 있었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진보신당,국민참여당 등 야5당의 부산시당이 사상 처음으로 모든 선거구에서 후보를 단일화한 것도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음을 입증했다.

 특히 부산시장 선거에서는 민주당 김정길 후보가 한나라당 허남식 후보에게 석패했지만 무려 44.6%라는 경이적인 득표율을 기록했고,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야권 단일후보가 여당 후보를 맹추격했다.

 사하구 부산시의원 선거에서도 민주당 후보 2명이 한나라당 후보를 각각 1%포인트 안팎의 근소한 차까지 쫓아가는 기염을 토했다. 중대선거구제로 치러진 기초의원 선거에서는 야권 단일후보가 무려 42명이나 당선됐다.

 이는 전체 정원(158명)의 26.6%에 해당하는 것으로 2006년(12%)보다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게다가 3명을 선출하는 사하구 다 선거구에서는 민주당 후보와 민노당 후보가 나란히 당선됐고,20명은 해당 선거구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누르고 득표율 1위를 기록했다.

 ●사상 첫 야권 도지사···경남도 행정 대변화 예고

 지난 15년간 한나라당이 독식해 왔던 경남도지사에 무소속 김두관 후보가 야권단일 후보의 깃발을 들고 입성하게 돼 앞으로 경남도의 행정에 대대적인 변화의 바람이 일 것으로 보인다.

 1995년 7월부터 2003년 12월까지 김혁규 도지사에 이어 2004년 6월부터 지금까지 김태호 현 지사가 각각 도정을 맡아왔다.

 다음 달에 출범할 ‘김두관 경남호’는 도정 운영에서 효율성보다는 민주적인 절차를 중시할 것으로 보인다.

 김 당선자가 후보 시절 민주당·민주노동당·국민참여당 등 야 3당,희망자치 만들기 경남연대와 야권 후보를 단일화하면서 ‘공동지방정부는 민주도정협의회를 통하여 구현한다.”라고 공약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다수를 차지하는 도의회와의 ‘힘겨루기’ 양상이 펼쳐질 수 있고 경남도 출자·출연기관의 장에 대한 인사를 둘러싼 마찰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히 국책사업으로 진행되는 4대강 사업을 저지하고 그 예산을 민생복지로 돌리겠다고 수차례 밝힌 만큼 이 문제를 놓고 정부와 어떤 관계를 형성할 지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박근혜도 통하지 않은 무소속 후보 ‘이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에서 무소속 군수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를 눌렀다. 지역 정치권은 이런 결과를 깜짝 놀랄 이변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특히 달성군은 한나라당이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온 대구·경북 중에서도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세가 강한 오랜 텃밭으로 인식돼온 곳인데다 박 전 대표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달 20일부터 이곳에 상주하면서 지원 유세를 펴온 곳이어서 더욱 그렇다.

 애초 달성군에서는 재선에 도전할 것으로 알려졌던 이종진 현 군수가 갑자기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이상 징후’가 보이기 시작했다. 박 전 대표의 측근으로 알려진 모씨가 한나라당 후보 공천에 결정적으로 관여했다는 소문이 나면서 지역 내 반발 기류가 흘러나왔다.

 이는 결국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무소속 김문오 후보를 중심으로 지역 내 무소속연대 결성을 불러왔다. 김 후보는 선거 초반 지지도에서 이 후보를 두자릿수로 따돌리며 앞서갔다.

 이 와중에 박 전 대표가 중앙당의 지원유세 요청을 뒤로 하고 선거 운동기간 자신의 지역구에 머물며 표몰이에 나섰다. 박 전 대표의 적극적인 지원공세로 이 후보에 대한 지지도는 수일 만에 김 후보와 오차 범위 안에서 접전을 벌이는 수준까지 급반등하면서 선거 중·후반 박빙의 경합 기류를 보였다.

 결과적으로 한나라당 후보가 무소속에 패배하면서 박 전 대표도 정치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것이 지역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선거운동 기간 박 전 대표가 가는 곳마다 그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가 예전만 하지 않다는 평가가 계속 따라 다녔고 한번 등을 돌린 지역 민심은 끝내 집권당과 ‘박풍(朴風)’을 외면한 결과를 낳았다.

 특히 박 전 대표의 입장에서는 후보 공천 과정에서 별다른 잡음만 없었다면 어렵지 않았을 선거에서 일격을 당하면서 앞으로의 정치 행보에 부담을 질 수밖에 없게 됐다.

 연합뉴스 종합·인터넷서울신문 최영훈기자 taij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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