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밧줄 놓친 아찔한 순간! 20㎞ 특수조명은 30㎝ 앞만”

“밧줄 놓친 아찔한 순간! 20㎞ 특수조명은 30㎝ 앞만”

입력 2010-04-06 00:00
수정 2010-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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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구조대가 전한 ‘45m 물밑’ 극한 현장…“실종자 가족 생각에 이 악물었다”

“순간적으로 몸이 얼어 붙을 것처럼 차가운 암흑 천지…그래도 애태우는 실종자 가족들을 생각하며 이를 악물었습니다.”

 천안함 실종자 수색을 지원하고 돌아온 중앙 119구조대원 6명은 5일 함미가 가라앉아 있는 바다 속을 이렇게 기억했다.

 이들은 사고 5일째인 지난달 30일 현장에 급파됐다.본격적인 수색은 둘째날인 31일부터 시작됐다.거친 파도를 연신 내뿜어 구조활동이 쉽지 않겠다고 느꼈다.

 정조 때가 하루 4번으로 한정된 탓에 중앙 119구조대 심해잠수요원 6명 중에서도 2명만 잠수했다.

 이기원(36) 소방교 등 2명은 함미 위치를 표시한 부표에서 내린 밧줄을 잡고 목표지점인 해저 45m까지 5분 정도 내려갔다.

 여전히 몸 중심을 가누기 어려울 정도로 물살이 거셌다.앞서 잠수한 해난구조대원 중 1명이 밧줄을 놓쳐 순식간에 100m 가량 떠내려갔다.아찔했다.정신을 가다듬었다.

 발에 착용한 오리발을 흔들었지만 물살을 거스르기 버겁고 호흡도 빨라졌다.

 20m쯤 내려가니 개펄 등 부유물이 한 치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시야를 가렸다.20㎞까지 빛을 쏘는 특수 조명을 켰지만 고작 30㎝ 앞을 비췄다.주변을 둘러봐도 보이는 건 암흑천지였다.결국 20분 만에 물 밖으로 나왔다.

 다섯째날인 3일 바다가 비교적 잠잠해졌다.하지만 물 밑은 예상과 달리 첫 잠수 때보다 더 탁했다.

 지원 나온 쌍끌이 어선이 바닷속 개펄을 헤집고 다녔기 때문이다.오리발에 탁한 물이 회오리치며 시야가 더 혼탁해졌다.

 수중 카메라를 들고 한 손으로 더듬더듬 만지며 옆으로 이동했다.순간 무언가 손에 잡혔다.연통 일부로 추정되는 가로,세로 모두 양팔 길이의 철망이 발견됐다.

 조금 더 이동하니 벽에 붙은 ‘단정 안전수칙’이 눈 앞에 들어왔다.선내로 진입한 것 같았다.안전수칙이 ‘똑바로 선 채’ 붙어 있었다.

 해군 측은 이날 발견한 연통으로 스크루가 어느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를,안전수칙으로 함미가 뒤집히거나 옆으로 눕지 않은 채 똑바로 침몰했는지를 확인해 인양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종자 가족들에게 갖고 있던 미안함이 조금이나마 덜어지는 것 같았다”고 이 소방교는 전했다.

 두번째 잠수는 34분이나 계속됐다.119 구조대원 모두 자신감이 붙었다.

 그러나 돌연 복귀 명령이 떨어졌다.실종자 가족들이 수색 중단을 요청해 해군이 이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중앙 119구조대원들은 수없이 많은 사고 현장에 출동했지만 한번도 중도에 포기한 적이 없어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최종춘 중앙119구조대 반장은 “수색 도중 복귀해 실종자 가족에게 미안하고 아쉬웠다.그러나 수색 활동에 보탬을 준 것에 위안을 삼고 있다”며 “인양 작업이 빨리 성공적으로 끝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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