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복장병 공개 여진…“軍 대응방식 바꿔야”

환자복장병 공개 여진…“軍 대응방식 바꿔야”

입력 2010-04-08 00:00
수정 2010-04-08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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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장교 “우린 부상해도 군복차림 인터뷰”

7일 천안함 생존장병의 기자회견에서 깁스를 하거나 목발을 짚은 장병들이 환자복 차림으로 등장한 것을 놓고 군이 스스로 명예와 사기를 떨어뜨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정확한 사건 발생 시각을 놓고 열흘 넘게 우왕좌왕하는 등 군이 사건 발생 이후 줄곧 보여준 ‘군인답지 못한’ 대응의 정점을 찍었다는 냉소와 함께 군 수뇌부가 대응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군은 7일 국군수도병원에서 생존장병을 처음 언론에 공개하면서 함장 최원일 중령을 제외한 56명에게 녹색 세로 줄무늬의 군병원 환자복을 입혀 내보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일부 장병은 휠체어를 타거나 목발에 의지해 신발도 못 신을 정도인데 군복을 어떻게 입겠나”며 “부상이 가벼운 생존장병은 군복을 입을 수도 있었지만 복장이 섞이면 보기 좋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해 모두 같은 환자복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군복이 아닌 환자복 차림의 장병 모습이 전국에 생중계되면서 군 당국이 명예를 목숨처럼 여기는 조직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자충수를 뒀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한 현역 영관급 장교는 8일 “생존장병이 아프고 힘들어한다는 것을 보여줘 비난을 잠재워보려고 한 것 같다”며 “전투복을 입히고 강한 군인의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았을텐데 서툴렀다”고 아쉬워했다.

 해군에서 군 복무를 했다는 서모(28)씨는 “살아남은 장병이 죄인이 아닌데도 불쌍해보였다.이런 일 하나하나가 모든 군의 사기를 떨어뜨리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민택기(28)씨도 “장병들이 환자복을 입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마치 동정을 호소하는 것 같았다.우리 군의 후진성을 느꼈다”며 “사고 시각도 몇 번 오락가락한 상황에서 이제 군이 어떤 발표를 해도 믿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미군의 경우 부상한 장병이라도 전투복이나 정복 차림으로 인터뷰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주한미군의 한 장교는 “미국에서라면 어제처럼 생존자 전원이 기자회견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몸 상태가 좋은 사람만 소규모로 나와 군복을 입고 인터뷰를 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침몰 원인을 둘러싼 의혹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상황 전파의 혼란으로 발생시각 논란까지 인 데다 더 이상은 없다던 열상감시장비(TOD) 녹화 영상을 뒤늦게 찾아 공개하는 등 연일 허둥대는 듯한 군에 대한 신뢰도는 이미 많이 떨어진 상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GH코리아가 지난 6일 만 19세 이상 국민 8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천안함 침몰사고와 관련해 군과 정부가 발표한 정보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전체의 23.1%였고,군과 정부의 대응이 만족스럽다고 대답한 비율은 15.6%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군이 신뢰를 회복하려면 우선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장기적으로는 정보공개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고려대 사회학과 조대엽 교수는 “군과 정부의 해명은 논리의 타당성이 결여돼 있다.국민의 신뢰가 없는 정부와 군은 존재 이유가 없다”며 “실종자 가족 등 피해 당사자도 결부된 문제이기 때문에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근거를 갖춘 해명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세대 언더우드국제대학 한규섭 교수는 “미국은 전쟁이나 군사작전 경험이 많아 어디까지 정보를 공개할지 잘 알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정보공개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부족하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정보공개에 있어서 좀더 노련해진다면 여론이 들끓는 혼란을 가라앉히고 국민이 성숙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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