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미술인들 왕성한 활동 보면 뿌듯”

“여성미술인들 왕성한 활동 보면 뿌듯”

입력 2010-04-16 00:00
수정 2010-04-16 00:42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14

‘석주미술상’ 20주년 기념전 여는 윤영자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은 알지만, 최초의 여성 조각가가 누구냐고 물으면 대부분 갸우뚱한다. 1949년 홍익대 미술학부가 창설되던 해에 입학한 윤영자(86)씨가 한국 최초의 여성 조각가로 꼽힌다.

이미지 확대
석주 윤영자씨와 조각 작품 ‘가을의 여심’.
석주 윤영자씨와 조각 작품 ‘가을의 여심’.
●퇴직금 등 사재 6억원 털어 제정

로댕의 연인이자 동료로 불행한 삶을 살았던 여성 조각가 카미유 클로델처럼 입지가 좁았던 여성 작가들을 위해 윤씨는 20년 전 개인재산을 털어 ‘석주미술상’을 제정했다. 석주는 아버지가 직접 붙여준 윤씨의 호다.

대전 목원대 미술학부 교수로 정년퇴직하면서 퇴직금 등 사재 6억원을 모아 1988년 제정한 석주미술상은 지난해까지 20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40~59살의 중견 여성미술인에게 회화, 조각, 평론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1000만원의 상금을 수여했다. 수상자들은 모두 대한민국 여성 미술계의 대표주자로 성장했다.

설치미술가 이불, 심영철과 화가인 이숙자, 원문자, 평론 김홍희 경기도미술관 관장 등이 그들이다. 김 관장은 석주미술상 20주년을 기념해 23일~5월9일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모더니즘 온&오프’ 전시회를 연다. 수상자들의 수상작과 최근작을 모은 전시다.

●86세에도 꾸준히 조각작업

김 관장은 “석주미술상 수상자들은 여성 작가로서 감당해야 할 사회적 편견이나 제도적 한계에도 앞만 보고 달려왔다.”면서 “여성 미학이 시도되지 않았던 한국 미술계에서 60~70년대 모더니즘을 학습한 수상자들의 작품 세계는 젠더 비평의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조각 작업을 손에서 놓지 않고 있다는 윤영자씨는 “수상자 가운데 일흔이 넘은 작가도 있는데 모두 지금까지 작품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면서 “여성 미술인에게만 주는 유일한 상인 석주미술상이 이들의 왕성한 활동에 한몫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씨의 조각 작품으로는 서울 남산도서관의 정약용 동상, 충북 진천의 김유신 장군상, 서울 대광고의 한경직 목사 흉상 등이 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2010-04-16 29면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남북 2국가론’ 당신의 생각은?
임종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최근 ‘남북통일을 유보하고 2개 국가를 수용하자’는 내용의 ‘남북 2국가론’을 제안해 정치권과 학계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반헌법적 발상이다
논의할 필요가 있다
잘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