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유가족들, 마지막 ‘급여봉투’ 받아들고선…

천안함 유가족들, 마지막 ‘급여봉투’ 받아들고선…

입력 2010-04-20 00:00
수정 2010-04-20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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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오늘 46명 월급외수당 지급…최중사 아내 “몰래 모은돈 찔러주곤 했는데”

천안함 희생자 최정환 중사의 아내는 20일 남편 이름으로 마지막 급여가 나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조용히 눈물만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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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국회를 방문한 한 여학생이 국회 추모광장에 마련된 천안함 침몰 희생 장병들의 영정을 바라보며 국화꽃을 바치고 있다. 추모광장은 희생 장병들의 영결식날까지 운영되며 오후 6시 이전까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20일 국회를 방문한 한 여학생이 국회 추모광장에 마련된 천안함 침몰 희생 장병들의 영정을 바라보며 국화꽃을 바치고 있다. 추모광장은 희생 장병들의 영결식날까지 운영되며 오후 6시 이전까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경기도 평택2함대사령부 임시숙소에서 다른 유가족들과 함께 있는 최 중사의 아내는 월급외수당은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는데도 수당을 몰래 모아두었다가 슬며시 주머니에 넣어주던 남편 생각에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천안함 순직·실종장병 46명 전원에게 이날 마지막 급여가 지급됐다.

 평택2함대 관계자는 “오늘 천안함 장병 전원에게 월급외수당이 지급됐다”며 “이번에 지급된 수당은 3월치 시간외수당과 가족수당,급식비 등”이라고 했다.

 지난 9일에는 앞서 시신으로 발견된 고(故) 남기훈,김태석 상사를 비롯한 46명 전원에게 월급이 지급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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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아들의 이름으로 들어오는 마지막 급여를 받아든 가족들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수당 받는 날이면 두 손 가득 간식거리를 사 들고 오던 남편,얼마 되지 않은 급여를 착실히 모아 집으로 보내던 아들의 모습이 떠올라 차마 통장을 확인할 엄두도 못 냈다.

 실종 상태인 박보람 하사의 어머니는 급여를 전부 저금하느라 맛있는 것 하나 제대로 못 먹은 아들 생각만 하면 마음이 먹먹해진다.

 박 하사 어머니는 “월급은 전부 적금 붓고 상여금은 다 나 주고.얼마 전엔 10만원짜리 적금을 또 들었더라고요.자기 먹고 할 돈도 없었을 텐데..”라며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박 하사는 그동안 붓던 정기적금이 만기가 돼 이번 달 600만원을 타기로 돼 있었다.

 박 하사 어머니는 “내가 허리랑 다리 아파하는 걸 보곤 자기가 적금 부은 게 있는데 곧 만기가 되니까 돈 타면 ‘엄마 다리부터 고치라’고 했다”고 울먹였다.

 장진선 하사는 급여를 타면 부모님 선물부터 사던 효자였다.

 장 하사의 한 가족은 “진선이가 지난 설 휴가 나왔을 때 부모님이 여행 간다고 하니까 아버지에게는 신발을 사드리고 어머니 선물은 고르기가 어려운지 옷 사입으라며 50만원을 주고 갔다”면서 돈을 허투루 쓰는 법이 없던 장 하사를 떠올렸다.

 이창기 원사의 형 성기씨는 “동생이 ‘형수에게 여러모로 고맙다’며 겨울 점퍼를 사주었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5남매 중 막내로 늘 윗사람들을 살뜰이 챙기던 이 원사를 떠올렸다.

 해군 측은 “추후 여러 가지 절차를 거쳐 희생 장병 가족들에게 유가족연금을 지급할지 결정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보상문제가 얽혀 있기 때문에 당장 다음 달부터 연금이 나온다고 확답할 순 없다”고 말했다.

평택=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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