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용사’ 보낸 백령도 “고이 가소서”

‘46 용사’ 보낸 백령도 “고이 가소서”

입력 2010-04-29 00:00
수정 2010-04-29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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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천안함 46勇士’를 마지막으로 떠나 보낸 백령도는 종일 안타까움과 탄식 속에 잠겼다.

 29일 오전 천안함 침몰해역이 바라다보이는 연화리 해안.

 백령도 주민 300여명과 군 장병 100여명은 ‘46용사’의 넋을 기리는 해상 추모제에 참석하기 위해 삼삼오오 해안으로 모여들었다.

 착잡한 표정의 주민들은 비통함 속에 보낸 지난 한달여 시간을 떠올리며 말없이 바다를 응시했다.

☞[사진] ‘편히 쉬소서’ 천안함 희생장병 영결식

 최명자(68.여)씨는 “내 새끼 같은,너무 아까운 아이들이 한꺼번에 하늘로 가서 너무 안타깝다”며 “앞으로도 바다만 보면 생각날 것 같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김모(62)씨는 “한달 내내 마음이 좋지 않았다”며 “고이 잘 가기를 바라는 간절함에 저절로 바다를 찾았다”라고 말했다.

 추모제가 시작되자 군 장병들은 먼저 떠난 전우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며 머리를 숙였고 주민들은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았다.

 “더 이상 아파하지 말고 슬퍼하지 말라”는 내용의 추모시가 낭독되자 몇몇 주민들은 조용히 흐느끼며 굵은 눈물을 흘렸다.

 조총이 한발 한발 발사되고 조악과 함께 묵념이 이어지자 참석자들은 용사들의 고귀한 희생을 떠올리며 바다를 향해 무겁게 머리를 숙였다.

 이어 주민들은 고인을 추모하는 국화꽃을 해병대 고무보트 위에 하나 둘씩 놓기 시작했다.

 해병대원들은 조화와 국화꽃이 높게 쌓인 고무보트를 조심스레 타고 침몰 해역으로 가 바다 위에 내려놓았다.

 천안함 용사들을 위해 장례기간 내내 써온 추모글 1000여개도 함께 띄워보냈다.

 박은총(14)양은 “꽃을 바다 위에 내려놓는 걸 보고 있으니 너무 안타깝다”며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아야한다”고 말했다.

 전옥분(76.여)씨는 “바다에서 애쓰다 간 사람들을 생각하니 너무 불쌍하다”며 “아이들 부모들은 얼마나 더 슬프겠냐”며 흐느꼈다.

 마지막으로 주민들은 잔을 들고 바다 위에 술을 뿌리며 천안함 용사들과 영원한 이별의 정을 나눴다.

 추모제가 끝나고 사람들이 해안을 빠져나가자 천안함을 삼켰던 서해 바다는 언제 사고가 났냐는듯 무심한 파도만 철썩거렸다.

 천안함 침몰과 함께 하루하루를 걱정과 근심 속에 보냈던 백령도 주민들도 서서히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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