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핑계’ 불법광고 앞장서는 대기업들

‘월드컵 핑계’ 불법광고 앞장서는 대기업들

입력 2010-06-10 00:00
수정 2010-06-10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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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월드컵을 맞아 대규모 거리응원이 펼쳐질 예정인 서울 도심에 월드컵 분위기에 편승해 최대한의 광고효과를 누리려는 기업들의 불법광고물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SK텔레콤은 중구 을지로2가 본사 외벽 유리창에 박지성 선수를 모델로 한 대형 광고물을 부착했다.건물을 감쌀 정도로 커서 이른바 ‘래핑’(Wrapping)으로 불리는 광고물이다.

 건물 창을 가리는 래핑 광고물은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과 이 법 시행령에 저촉된다.

 서울 중구청은 최근 SK텔레콤에 이 광고물을 철거하지 않으면 최대 500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겠다는 계고장을 발부했다.

 10일 현재까지 중구청이 계고장을 발부한 곳은 SK텔레콤 본사,SK네트웍스 본사,하나은행 본점,기업은행 본점,옛 삼성본관 등 다섯 곳이다.

 현대자동차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의 한 빌딩 건물에 김연아 선수를 모델로 한 광고 현수막을 내걸었다.‘FIFA 월드컵 공식 파트너 HYUNDAI’라는 로고가 선명하게 박혀 있다.

 옥외광고물법 등에 따르면 광고 현수막은 구청에서 지정한 게시대에만 걸어야 한다.백화점,대형마트 건물 등은 유통산업법에 따라 외벽에 광고현수막을 걸 수 있으나 그 외 건물에 광고현수막을 걸면 옥외광고물법 위반이다.

 교보생명은 광화문 본사 사옥에 가로 90m,세로 20m 크기의 래핑광고를 부착하고 ‘한국 대표팀의 승리를 기원하는 초대형 래핑을 설치했다’는 보도자료까지 배포했지만 이 역시 불법이었다.

 종로구청은 해당 업체들에 불법광고물을 철거하라고 통보했다.

 불법광고물을 단속할 권한은 각 구청에 있다.그러나 구청의 능력으로는 소형 현수막이나 불법 전단 정도를 단속할 수 있을 뿐 기업의 래핑광고나 초대형 광고현수막은 사실상 단속이 불가능하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래핑이나 대형 현수막을 철거하려면 사다리차를 이용하거나 건물 옥상에서 줄을 타고 내려와야 한다”며 “그런 장비도 없고 있다 한들 공무원이 줄을 타고 내려오는 등의 전문 기술을 어떻게 익히겠나”고 고충을 털어놨다.

 결국 구청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과태료 또는 이행강제금을 물리는 것이 전부이지만 이마저도 최대 500만원까지만 부과할 수 있다.기업 입장에서는 월드컵 광고의 엄청난 효과에 비하면 무시해도 될 금액이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광고효과에 비해 과태료나 이행강제금이 터무니없이 적은 점을 기업이 악용하고 있다”며 “이를 막으려면 법을 개정해 광고효과에 버금가는 금액을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기업 관계자들은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 국가적 축제가 있을 때 설치하는 대형 광고물은 비록 불법이라도 공익적 효과가 적지 않다고 항변했다.

 구청에서 래핑광고를 철거하라는 통보를 받은 한 기업의 담당자는 “월드컵 분위기를 띄우고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특정 상품을 홍보하는 것도 아닌 만큼 대승적 차원에서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종로구청 담당자는 “건물에 래핑을 하거나 현수막을 걸어도 광고물이 아니라면 단속대상이 아니다.공익을 강조하고 싶다면 로고나 상호,기업을 연상하게 하는 문구를 빼면 된다.그러나 그렇게 하는 기업은 한 곳도 없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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