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만든 법 왜 또 표결처리 한대유”

“국회서 만든 법 왜 또 표결처리 한대유”

입력 2010-06-14 00:00
수정 2010-06-14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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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민심…원안.수정안 논란속 “무엇이든 빨리”

 “무엇이든 빨리 결정됐으면 좋지유.만약 2-3년 지체되면 우리 주민들은 굶어 죽어유.”

 이명박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 관련법안을 국회에서 표결처리해 달라고 발표한 14일 오후 세종시 주변지역인 충남 연기군 금남면 대평리의 한 복덕방.

 주민들의 사랑채 역할을 하는 듯 복덕방에서는 주민 대여섯 명이 모여 이날 오전 발표한 대통령의 라디오.인터넷 연설을 주제로 이야기 꽃을 피웠다.

 물론 주민들 사이에서는 세종시 원안추진과 수정안에 대한 찬성,반대 의견이 엇갈렸지만 어떤 방안이든 하루빨리 결정이 내려지길 원하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지광춘(50)씨는 “주민들은 당연히 원안추진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애초에 국회에서 통과시켜서 법으로 만들어 놓고서는 왜 또 국회에서 표결에 부친다고 하는지 도저히 모르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씨는 또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원안 추진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았느냐”라며 “아직은 수면 아래에 있어서 모르겠지만 이런 식으로 계속 주민들을 무시한다면 우리도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또 다른 주민은 “이번 지방선거는 세종시 원안과 수정안에 대해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와 다름없는 것이고,선거결과도 국민의 심판을 받아 수정안이 참패하지 않았느냐”며 “정부는 민심을 진심으로 수용하는 차원에서라도 당장 수정안을 철회하고,정쟁 때문에 생긴 세종시 건설지연에 대해 하루빨리 보완대책을 세워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반면,수정안 쪽에 무게를 둔 의견도 제시됐다.

 김용연(60)씨는 충남도지사 선거에서 원안추진을 내건 후보가 당선됐다고 해도 충남지역 주민 모두가 원안을 찬성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연기와 공주 지역민들의 정서가 원안 쪽으로 기울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수정안을 좋아하는 사람도 꽤 있다.불이익을 받을지 우려해서 큰소리로 대놓고 얘기 못 하는 것”이라며 “주민들 사이에서는 태조 이성계가 조선의 수도를 공주.연기 인근 신도안으로 옮기려다 뜻을 이루지 못하고 서울로 옮겼는데,무려 600여년만에 뜻을 이루게 된 것이라고 무작정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이번 선거 결과 해석에 선을 긋기도 했다.

 그는 이어 “현재 행정도시로 갈 것인지 기업도시로 재편할 것인지가 문제인데,우리가 보면 농사를 지을 땅이 있는데 벼를 심을 것인지,특용작물을 심을 것인지,과수원으로 개간해서 사과나무를 심을지 결정을 하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것”이라며 “주민들을 배부르게 해주고 생활안정만 도모해주면 된다.뭐를 조성하든 정쟁을 일단락시키고 무엇이든 빨리 진행됐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주민은 토지 보상 이후 주민사회에서 일어난 실상을 전하면서 ‘주민 입장에서,주민에게 유리한’ 정책을 추진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김모(71)씨는 “이곳 주민들은 당장에 2-3년만 공사가 멈추면 살 수가 없다.생계가 막막해지기에 다들 떠나야 한다.”라며 “삶의 터전 내주고 쥐꼬리만큼 보상받은 것 아들,딸 주고 하나도 남은 것 없다.”라며 “여기서 어려운 형편을 말도 못하고 한계상황에 몰리는 이웃이 있다 보니 주민들 마음에 멍이 들어 있다.”라고 전했다.

 그는 “세종시 문제가 당리당략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데,도대체 주민을 위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도 안하고,진지한 논의 자체가 없었다.”라며 “주민들에게 뭐가 좋은지 양쪽 안을 놓고 공청회나 토론도 없었다.”라고 성토했다.

 열띤 논쟁을 벌이던 주민들을 뒤로하고 찾은 첫마을 조성 공사 현장은 시도때도없이 오가는 덤프트럭과 굴착기 등 중장비의 굉음으로 정신이 없는 상황이었다.

 인부들은 일(공사)에만 집중할 뿐 바깥일(세종시 원안.수정안)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다.

 이곳에서 만난 조영수(57)씨는 “일하는 입장에서는 묵묵히,열심히 일만 할 뿐이다.돈도 제때 제대로 잘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씨는 “노동자들 사이에서 나오는 말이 ‘우리는 일이 많아 좋긴 한데 이렇게 많이 지어놓고 누가 입주할 지 걱정된다’는 것이다.”라며 “이 단지만 1천여가구가 들어오고 주변까지 2천여가구가 들어오는데,먹을거리와 공장,상점 등 기반 시설이 없는데 누가 입주할지 그게 가장 궁금하다.”라고 전했다.

 이날 오전부터 짙게 드리운 안개로 100여m 앞의 시야도 확보되지 않았지만,덤프트럭과 굴착기의 굉음으로 뒤덮인 세종시 건설현장은 또 다시 지역 주민들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되고 있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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