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도 노예계약”…포항 술집종업원 잇단 자살 왜?

“마담도 노예계약”…포항 술집종업원 잇단 자살 왜?

입력 2010-07-12 00:00
수정 2010-07-1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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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님들의 외상값은 업주가 아니라 마담이 떠안아야 합니다.한마디로 노예계약이라고 보면 됩니다.”

 최근 경북 포항의 유흥업소에서 일하던 여종업원 3명이 잇따라 자살해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자살원인을 놓고 개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포항에서 술집마담으로 일하는 A(30)씨는 12일 “술집 마담이 겉으로는 화려하고 돈을 많이 버는 것 같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며 손님들에게 떼인 외상술값은 마담들이 업주에게 물어줘야 합니다.이를 갚으려면 별수없이 사채를 빌려야 하는 데 이것이 쌓이면 감당이 안됩니다.”라고 하소연했다.

 그녀는 “이번에 자살한 여종업원들도 마담으로 일했으며 연대보증으로 억대에 달하는 빚을 감당못해 결국 죽음을 택했을 것”이라며 애통해 했다.

 현재 포항지역에만 시외버스터미널 인근을 중심으로 100여개의 유흥업소가 난립해 있으며 여기에 종사하는 여종업원만 2천-3천여명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최근 지역경기 악화로 손님들이 뚝 떨어지면서 매상이 갈수록 줄어드는 데다 그나마 오는 손님들도 3-6개월 이후에야 술값을 결제할 정도로 자금순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마담들이 술값을 대신 떠안게 돼 이를 갚기위해 서로 연대보증을 서 고리의 사채를 쓸 수 밖에 없는 상황까지 가는 실정이다.

 지난주 자살한 여성도 다른 1명과 함께 3명이 연대보증을 선 뒤 사채를 빌려썼다가 1명이 타지역으로 달아나자 빚보증과 늘어나는 사채를 감당하지 못해 목숨을 끊은 것으로 드러났으며 마지막 남은 1명도 결국 죽음을 택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포항남부경찰서 관계자는 “숨진 여성들은 사채업자에게 서로 연대 보증을 섰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한명이 억대가 넘는 과도한 빚 때문에 목숨을 끊자 다른 여성도 사채 빚을 우려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은 이들의 자살이 사채업자로부터 빚 독촉과 높은 이자로 인한 심리적 압박 때문일 것으로 보고 사채업자 파악에 나섰으나 사건 이후 이들이 모두 잠적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숨진 여성들 뿐 아니라 포항 이외에도 유흥업소에 종사하는 전국의 대부분의 여종업원들이 비슷한 상황으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앞으로도 이같은 사건이 계속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A씨는 “열심히 일해 돈을 모으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마담이나 여종업원들이 업주나 사채업자에게 빚을 지고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돈 때문에 목숨을 끊는 이같은 불행한 사태를 막기 위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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