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몰 우수고객의 ‘배송 장사’

쇼핑몰 우수고객의 ‘배송 장사’

입력 2013-06-04 00:00
수정 2013-06-04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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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폰·무료배송 혜택 악용 대리구매 성행

인터넷 쇼핑몰들이 일부 우수 고객들의 대리 구매 행위로 골치를 앓고 있다.

우수 고객에게 주어지는 무료 배송의 혜택을 이용해 사실상 ‘배송 장사’를 하거나 사적인 이익을 챙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악의적 민원으로 보상을 요구하는 ‘블랙컨슈머’에 버금간다는 평이다.

한 쇼핑몰의 우수 고객은 쇼핑몰의 배송비 면제 혜택을 이용해 한 달에 같은 물건을 수십개씩 80여 차례나 구매했다. 이 고객이 한 번 구매할 때의 판매 금액은 100만원 수준이지만 그때마다 쇼핑몰은 고객의 배송비 수십만원을 부담해야 했다. 같은 고객이 매월 한 가지 물건을 수십~수백개씩 구매한다는 점을 이상하게 여긴 쇼핑몰에서는 이 고객의 배송지를 조회해 보니 한 번에 이용한 배송지 주소가 30개가 넘었다.

이 고객은 평소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희망자를 모집해 정기적으로 대리 구매를 진행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각 포털을 통해 검색한 결과 국내 유명 공동구매 사이트나 화장품 등 특정 물품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최근까지 ‘xx몰 vip 대리 구매해 드려요’, ‘yy 쇼핑몰 등 전문 대리 구매해 드립니다’ 등의 제목으로 게시물들이 올라와 있었다. 작성자는 게시글 끝에 은행 계좌번호를 적어 물품 값을 현금으로 보낼 것을 요구했다.

대리 구매를 모집하는 우수 고객들은 이런 활동으로 구매 실적을 올려 우수고객 자격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리 구매 신청자들에게 물건값을 현금으로 받고 자신의 특정 카드로 결제해 포인트를 적립하기도 했다.

하지만 업계도 이 같은 우수 고객들에 대해 뽀족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리 구매의 정황이 파악돼도 고객을 블랙컨슈머라고 단정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대기업 인터넷 쇼핑몰의 관계자는 3일 “특정 우수 고객이 같은 물건을 여러 배송지로 수십개 구매한 내역은 종종 확인이 되지만 이들이 모두 대리 구매를 했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 “대리구매 정황이 파악돼도 고객이 ‘지인들에게 선물을 한 것’이라고 말하면 판매자 입장에서는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쇼핑몰 관계자는 “이 같은 이유로 우수 고객 정책을 바꾸면 바로 매출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앞으로도 고객 정책을 바꿀 수는 없다”고 털어놨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2013-06-0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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