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만에 쌍둥이 언니 만나러 오는 美 입양인

25년 만에 쌍둥이 언니 만나러 오는 美 입양인

입력 2013-06-05 00:00
수정 2013-06-05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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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엘 언스트 “잃어버린 저의 한 조각을 찾은 기분”

“안녕, 인하야. 내 이름은 ○○야. 너와 똑같은 시간에 태어났어. 우리는 쌍둥이야.”

한국에서 태어나 생후 7개월에 미국으로 입양된 대니엘 언스트(25·여)는 열 살 생일이 막 지난 추수감사절에 양부모에게서 편지를 한 통 건네받았다.

자신이 입양되기 전에 인하라는 이름으로 불렸다는 것도, 자신에게 쌍둥이 언니가 있고 언니는 지금 한국에서 친부모와 살고 있다는 것도 모두 그 편지를 통해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다.

그렇게 10년 만에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 쌍둥이 자매는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한국과 미국에 떨어져 15년을 더 살았다.

그리고 “어른이 되면 꼭 만나자”라던 첫 편지의 약속대로 자매는 이달 말 언니의 결혼을 앞두고 첫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 시애틀에 살고 있는 대니엘은 연합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언니를 처음 만나면 잃어버린 나의 한 조각을 찾은 기분이 들 것 같다”고 설레는 마음을 전했다.

대니엘이나 그녀의 양부모가 한국에 있는 친가족에게 연락을 받은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편지를 통해 친부모는 자매가 연락하며 지내도 좋은지 양부모에게 정중하게 허락을 구했고 양부모가 그 편지를 조심스럽게 대니엘에게 건넸을 때 어린 그는 쌍둥이 언니가 있다는 사실에 꽤나 들떴다.

이후 둘은 1년에 몇 차례씩 편지를 주고받으며 연락을 이어갔다. 매년 생일이면 바다 건너의 또다른 자매는 어떻게 생일을 보내고 있을지 궁금해했다.

스무 살 전후로 몇 년간 연락이 잠시 뜸해졌을 때 대니엘은 친부모한테서 소포로 비디오를 하나 받았다.

짧은 영상 속에서 긴장된 표정의 친부모는 낯선 한국어로 “꼭 다시 연락이 닿았으면 좋겠다”고 거듭 말하고 있었다.

대니엘의 특별한 이야기를 들은 주위 사람들이 가장 자주 하는 질문 가운데 하나는 “왜 언니가 아니고 네가 입양됐느냐”는 것이란다.

그러나 열 살 이후 수차례 연락을 하면서도 대니엘도, 친가족도 왜 그때 입양을 선택해야 했는지, 왜 언니가 아니라 대니엘이어야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도 꺼내지 않았다.

”제가 동생이라서 그랬던 게 아닐까요? 모르겠어요. 전 그렇게 될 운명이라면 반드시 그렇게 된다고 믿는 사람이기 때문에 굳이 물어보지 않았어요. 제가 미국에 와서 사랑하는 양부모님을 만날 운명이었을 것이라고 믿어요.”

그렇지만 친가족이 어떤 사람인지, 특히 자신과 똑같이 생긴 쌍둥이 언니가 어떻게 자랐는지는 정말 알고 싶다.

”언니를 처음 만나면 일단 ‘안녕’하고 인사한 후 우리가 다시 서로의 삶의 일부가 될 수 있어 정말 기쁘다고 말할 거예요. 우리가 얼마나 닮았고 얼마나 다른지 언니의 모든 것을 알고 싶습니다.”

대니엘은 자신의 이야기를 토대로 ‘트윈 커넥션’이라는 책도 준비 중이다. 책의 앞부분에는 입양인으로서의 경험을 담고, 뒷부분에는 한국에서의 뿌리 찾기 여행과 첫 친가족 상봉의 이야기를 쓸 예정이다.

대학에서 아동교육을 공부한 후 현재 대학원 진학이나 취업을 준비 중인 대니얼은 이번 방한과 ‘트윈 커넥션’ 프로젝트를 성사시키기 위해 소셜 펀딩 사이트 킥스타터에 자신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펀딩이 성사되지 못하면 한국 방문도 조금 더 늦춰질 수 있다.

5일 현재 펀딩 종료를 이틀 남기고 목표로 삼은 3천500달러의 절반 정도가 모였다.

25년간 떨어져 산 쌍둥이 언니와의 거리도 절반쯤 좁혀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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