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재산보다 빚 많아도 이혼 때 재산분할 청구 가능”

대법 “재산보다 빚 많아도 이혼 때 재산분할 청구 가능”

입력 2013-06-21 00:00
수정 2013-06-21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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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 많을 때 분할” 판례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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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이혼할 때 재산보다 빚이 더 많은 경우에도 재산분할이 가능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혼하는 부부가 진 빚이 재산보다 많을 경우 재산분할이 불가능하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를 바꾼 것으로 향후 이혼 소송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20일 “남편의 선거자금과 생활비 등을 마련하느라 빚을 지게 된 만큼 재산분할로 2억원을 지급해 달라”며 오모(39)씨가 남편 허모(43)씨를 상대로 낸 재산분할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가정법원으로 돌려보냈다.

2001년 결혼한 오씨는 정치에 뛰어든 남편의 활동비와 선거자금, 학원비, 생활비 등을 대느라 7년 동안 3억여원의 빚을 지게 됐다. 남편 뒷바라지에 지친 오씨는 2008년 ‘더 이상 도울 수 없다’고 했고, 남편은 집을 나가버렸다.

문제는 이혼 소송을 진행하면서 생겼다. 남편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떠안았던 빚을 오씨 혼자 감당해야 된다는 것이다.

1심 재판부는 “남편이 위자료 5000만원을 오씨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지만, 3억여원의 빚을 갚는 책임에 대해서는 기존 대법원 판례를 들어 남편에게 면죄부를 줬다. 항소심에서도 재산분할 청구는 기각됐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기존 대법원 판례는 이혼 후 어느 한쪽이 빚을 모두 떠안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부부의 총재산이 채무액보다 적다는 이유만으로 재산분할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고 밝혔다. 이어 “채무의 성질, 채권자와의 관계, 당사자의 경제적 능력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참작해 이를 분담하게 하는 것이 적합하다면 구체적인 분담 방법 등을 정해 재산분할 청구를 받아들일 수 있다”면서도 “일반적인 재산분할의 경우처럼 재산형성 기여도 등을 바탕으로 일률적인 분할 비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2013-06-2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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