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홍 “SK·변호인 회의서 거짓말 입 맞춰” 주장

김준홍 “SK·변호인 회의서 거짓말 입 맞춰” 주장

입력 2013-06-21 00:00
수정 2013-06-21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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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홍씨가 허위 진술토록 교사했다” 첫 진술

수백억원대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최태원 SK㈜ 회장과 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의 항소심 재판에서 SK그룹과 변호인들이 사건의 진실을 은폐하려 한 정황이 나왔다.

21일 서울고법 형사4부(문용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아홉 번째 공판에서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재판부 직권으로 2시간 가까이 이어진 신문 중 이 같은 정황을 전했다.

앞서 검찰이 피고인들의 허위 진술 가능성을 수차례 지적해왔지만 전후 사정이 구체적으로 법정서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 김준홍의 ‘전략 거짓말’ = 김준홍 전 대표는 검찰 조사부터 1심과 2심에 이르기까지 적어도 세 차례 이상 진술을 바꿨다.

그는 진술 번복을 스스로 ‘전략 거짓말’이라고 표현했다.

김 전 대표는 “이 사건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에 배당된 뒤 대책회의를 통해 나의 단독 범행인 것처럼 거짓말 하기로 말을 맞췄다. 그래야 사건이 단순해질 것이라는 조언에 따랐다”며 “대책회의는 계열사 펀드 출자가 정상적인 것처럼 과거 문서자료 등을 정리하는 방법에 관해서도 논의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에 따르면 당시 회의에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 4~5명, 베넥스인베스트먼트 서모 사장과 황모 상무, SK 법무실 소속 변호사 1~2명 등이 함께 참석했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거짓말 부추기기’에 대형 로펌과 회사 소속 전문가들이 총 동원된 셈이다.

하지만 당시 김 전 대표의 허위 진술은 금세 들통날 위기에 처했다. 검찰이 피의자 신문에서 이를 반박하는 자료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후 김 전 대표는 최태원 회장의 관여 사실을 인정했다가 최재원 부회장이 자수한 뒤 다시 입장을 바꾸는 등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1심에서는 최 부회장이 사실상 범행을 주도한 것처럼 말했다.

김 전 대표는 지난 20일 재판에서 “변호인 요청으로 진술을 번복했다. 최 회장을 보호하려는 마음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 김원홍의 ‘배후조종’ = 이날 김준홍 전 대표는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이 전화로 자신에게 허위 진술을 교사한 사실을 처음으로 털어놓기도 했다.

김 전 대표는 “(2011년 7월) 내가 보석으로 풀려난 뒤 최재원 부회장은 김 전 고문과 통화하라고 내게 휴대전화를 줬다”며 “김 전 고문과 15~20분씩 5~7차례 통화하면서 검찰 수사에 대응하는 방안을 지시받았다”고 진술했다.

김 전 대표는 이어 “김 전 고문이 ‘이 사건은 대법원까지 가면 다 무죄다. 준비해놓은 것이 있다’면서 내가 (책임을) 다 뒤집어 썼으면 하는 취지로 얘기했다”고 주장했다.

국외 체류 중인 김 전 고문은 SK그룹 총수 일가의 ‘정신적 지주’로 세간에 알려진 베일 속 인물이다.

김 전 대표는 지난 10일 재판에서 “김 전 고문은 단순한 투자 에이전트가 아니었고 최 부회장은 그에게 거의 복종하다시피 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실제 최 부회장은 항소심 준비 과정에서 대만으로 출국해 김 전 고문을 세 차례나 직접 만나고 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대표는 또 “최 부회장이 저녁을 사주면서 자신의 관여 정도를 낮춰 진술해달라고 부탁한 적 있다”며 “이에 그러면 최태원 회장이 피해를 볼 것이라는 뜻을 전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음 재판은 오는 24일 오전 10시로 예정됐다.

재판부는 김 전 대표를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핵심 인물로 보고 직권으로 그에 대한 증인신문을 계속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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