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경찰·소방 리얼예능, 리얼리?

군·경찰·소방 리얼예능, 리얼리?

입력 2013-10-08 00:00
수정 2013-10-08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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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사나이도 멋있고, 심장이 뛰기는 하는데… 왜 홍보TV 같을까

테러범들이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버스를 점거하고 승객들을 인질로 잡았다.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헌병단 요원들이 현장에 출동해 버스를 추격하고 재빠르게 버스 안으로 침투한다. 요원들이 단숨에 테러범의 팔을 꺾어 제압한다. 영화에서 볼 법한 이런 장면은 지난달 29일 연예인의 병영생활 체험을 담은 MBC 예능프로그램 ‘진짜 사나이’의 훈련 모습이다. 테러범을 제압한 요원은 현역 군인이 아니라 탤런트다.

MBC ‘진짜 사나이’ 캡처
MBC ‘진짜 사나이’ 캡처


SBS ‘심장이 뛴다’ 캡처
SBS ‘심장이 뛴다’ 캡처


특수 직종 공무원을 소재로 하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 전파를 타고 있다. MBC ‘진짜 사나이’의 성공에 다른 방송사들도 앞다퉈 각 기관과 손을 잡고 편성 경쟁에 들어갔다. SBS는 지난달 연예인들의 소방관 현장 체험을 소재로 ‘심장이 뛴다’를 시험 방송으로 내보냈고 8일부터 정규 방송을 시작한다. KBS도 연예인들이 경찰에 들어가 체험하는 프로그램 ‘근무 중 이상무’(가칭)를 준비하고 있다. 군과 소방방재청, 경찰청 등은 이미지 개선의 호기로 보고 적극 협조하고 있지만 방송이 자칫 이 기관들의 역할을 과대 포장해 현실을 왜곡하는 홍보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KBS의 경찰 체험 프로그램은 탤런트 기태영 등 남자 연예인 5명이 출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중앙경찰학교에 입교해 경찰관 교육을 받고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체험이 주요 내용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7일 “연예인 토크쇼가 퇴조하고 있는 반면 연예인과 일반인이 같이 섞여 교감을 나누는 프로는 인기를 얻고 있다”면서 “예능과 결합한 리얼리티쇼 시대가 시작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런 방송 프로그램이 현실을 왜곡하고 본연의 업무 수행을 오락화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방송을 앞두고 일선 현장 경찰 중심으로 업무에 방해가 된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작가와 제작진이 지구대 등 현장 답사를 진행한 것과 관련해 일선에서는 근무를 제대로 할 수 없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임태훈 군 인권센터 소장은 “진짜 사나이는 군대의 긍정적이고 자랑스러운 모습을 부각시키면서 내부의 인권침해 등에는 침묵하고 있다”면서 “국군 TV에서 나올 법한 장면들을 연예인을 동원해 재생산하고 군사 문화를 미화하는 등 유쾌하지 않은 부분이 많다”고 꼬집었다. 심재웅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전통적으로 남성 직업으로 분류되는 군인과 경찰, 소방관을 통해 남성 중심적 경향을 여과 없이 투영하고 여성 시청자들의 소외를 고착화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2013-10-08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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