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담배 판매, 생명권 침해” “기호품 규제야말로 흡연권 침해”

“국가가 담배 판매, 생명권 침해” “기호품 규제야말로 흡연권 침해”

입력 2013-10-11 00:00
수정 2013-10-11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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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담배사업법’ 공개 변론

국가가 담배 제조와 판매, 수입을 법으로 허용한 것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가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에 올랐다. 담배의 유해성과 관련한 소송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헌법소원 심판 청구는 세계적으로도 처음이어서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10일 헌재 대심판정에서는 담배의 제조와 판매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담배사업법의 위헌 여부를 다투는 공개변론이 열렸다. 이번 심판 청구는 박재갑 한국담배제조·매매금지 추진운동본부장 등이 지난해 “담배사업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내면서 시작됐다.

청구인 측 대리를 맡은 이석연 전 법제처장은 “국가는 담배사업법을 제정해 인체 유해물질인 담배를 합법적으로 제조 또는 수입하게 해 국민에게 판매하고 있다”며 “이는 헌법상 보장된 보건권, 생명권,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해 위헌”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청구인 측은 “담배는 대마초보다 더 중독성이 강한 니코틴을 주성분으로 하고 있고, 담배 연기에는 4000종 이상의 독성 화학물질과 60종 이상의 발암물질이 들어 있어 암, 심혈관 질환 등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된다”고 주장했다.

청구인 측은 “담배가 유해한 물질이라는 것이 확실한 만큼 청구 기간 등과 무관하게 헌재의 전향적인 판단을 기대한다”며 담배의 제조 판매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부 유관기관 대표로 나선 기획재정부 측은 “기본권 침해도 아닐뿐더러 헌법소원 제기 요건도 충족하지 못했다”며 각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재부 측은 “2010년 3월 시행된 담배사업법에 대한 헌법소원 청구 기간(1년)은 이미 지났다”면서 “제조업자 등을 규율하는 담배사업법과는 무관한 청구인들에 의해 제기돼 직접성, 자기관련성도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청구인들이 주장한 담배 전면 금지 입법에 대해서도 “담배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국가는 없다”면서 “기호품인 담배를 규제하는 것은 흡연자의 흡연권, 사업자의 직업의 자유와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국민건강증진법 등을 통해 흡연 행위를 규제하고 있고, 전면 금지 등의 추가 규제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헌재 재판관들은 양측의 변론이 끝난 뒤 간접흡연의 폐해와 담배의 유해성, 세계적인 추세 등에 관한 질문을 쏟아냈다. 헌재는 이날의 공개 변론 등을 토대로 향후 담배사업법에 대한 위헌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2013-10-1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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