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선원 고무탄 사망 1년, 서해는 또다시 전쟁 중

중국선원 고무탄 사망 1년, 서해는 또다시 전쟁 중

입력 2013-10-17 00:00
수정 2013-10-17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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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10월 16일 불법조업 중이던 중국선원이 단속하던 해경에 저항하다 고무탄에 맞아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1년 후인 지난 16일 10척으로 선단을 지어 불법조업 중이던 중국어선을 단속하다 우리 해경이 다쳤다.

가시가 돋친 조립식 철판 장벽을 설치한 중국어선에 오르다 목포해경 소속 특수기동대 한모 순경이 팔을 다쳐 응급치료를 받은 것이다.

죽고, 다치고 하는 ‘전쟁’이 서해에서 또다시 반복되고 있다.

금어기가 해제된 지난 16일 풍랑주의보를 피해 홍도와 가거도 인근에 피신했던 중국어선들이 일제히 조업에 나섰다.

서해해경청의 함정 21척과 해양수산부 지도선 6척, 해군 함정 5척은 이날부터 중국어선 일제 단속에 나섰다.

태안부터 제주까지 서해를 아우르는 일제단속에는 헬기 3대와 서해해경청 소속 특공대 25명도 배치됐다.

단속 첫날 오후 풍랑주의보가 해제되고 인도주의적으로 허용된 피신처인 홍도와 가거도 주변에 머물던 수백여척의 중국어선들은 일제히 배타적경제수역(EEZ) 인근 해상으로 나갔다.

이들 중에는 풍랑주의보가 해제됐음에도 늑장부리며 우리 측 해역에 머물다 해경에게 쫓겨나듯 먼 바다로 나가는 중국어선도 있었다.

중국어선을 먼바다로 내보낸 지 채 몇 시간이 지나지 않은 오후 3시 30분께 전남 신안군 가거도 북서방 28해리(EEZ 내측 27해리)해역에서 불법조업 중인 13척의 중국 선박들이 발견됐다.

목포해경 3009함에서 팬더 헬기가 하늘로 떠올랐다.

멀리서 해경 함정을 발견하고 헬기 소리를 들은 중국어선들은 일제히 방향을 돌려 도주하기 시작했다.

중국어선들은 배에 적힌 선명을 가리고 위조한 허가 간판을 내걸었다.

유자망 작업 중이던 중국어선들은 서둘러 그물을 걷거나 끊어버리고 달아났다.

이들은 미리 제작한 철판을 선체 주위에 설치하기 시작했다.

날카로운 가시가 돋친 철판으로 만든 벽을 선박 주위에 둘러 해경 특수기동대가 어선에 쉽게 오르지 못하게 하려는 꼼수였다.

어선을 철판으로 성벽처럼 두른 뒤 안쪽에서 볼트나 쇠구슬을 던지며 저항하는 것이 최근 등장한 신종 수법이다.

인천지역에는 중국어선이 이런 수법으로 시간을 끌어 북한 해역으로 달아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10척의 중국어선을 추적하던 해경은 고속단정에 특수기동대원과 특공대원을 탑승시켜 나포에 나섰다.

그러나 철갑을 두른 중국어선에 오르기가 쉽지 않았다.

무전이 오갔다. “카모프로 철판 날려버려!”

프로펠러가 두 개 달린 러시아제 카모프 헬기가 중국 선박에 접근해 강한 하강풍을 쏘기 시작했다.

헬기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바람에 중국어선에 설치된 함석 철판이 하나씩 떨어져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특공대원이 쏜살같이 중국어선에 올라 선원들을 제압하고 어선을 나포했다.

경비정이 달아나는 중국어선을 앞질러 가로막았으나 기상이 좋지 않아 10척 중 6척을 나포하는 데 성공했다.

나포된 6척은 요령성 선적 어선으로 목포 해경부두로 압송돼 무허가 어업행위로 처벌을 받게 된다.

이들 배는 한 척당 2천여만원의 담보금을 내야 풀려나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속은 다음날 새벽에도 계속됐다.

17일 오전 3시께 순찰 나간 헬기는 전남 신안군 가거도 북서방 38해리(EEZ 내측 7해리) 해역에서 불법조업이 의심되는 중국어선 두 척을 발견했다.

검색 결과 이들은 타망 조업을 하면서 선박국적증명과 선원명부를 비치하지 않는 등 제한조건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다.

서해해경청은 이틀 동안 특별합동단속을 벌여 목포 지역 편대가 8척, 군산 편대가 2척의 불법조업 중국어선을 단속하는 실적을 거뒀다.

이날 오후에는 해양수산부 윤진숙 장관이 헬기로 현장을 찾아 불법조업실태를 시찰할 예정이다.

단속작전을 현장 지휘한 서해지방해양경찰청 김수현 청장은 “우리 해역에서 외국어선의 불법조업행위가 날이 갈수록 흉포화되고 있다”며 “해양주권 수호를 위해 강력하게 대처하겠지만 인도적 구조나 지원은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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