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눔] 한푼 錢爭…“카드 결제에 반올림 왜” vs “거스름돈 불편 최소화”

[생각나눔] 한푼 錢爭…“카드 결제에 반올림 왜” vs “거스름돈 불편 최소화”

입력 2013-10-30 00:00
수정 2013-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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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원 넘으면 100원 받아… 철도·고속도로 요금 ‘끝수 처리’ 논란

경기 고양시에 사는 직장인 최모(33)씨는 최근 대구에 사는 장모 김모(59·여)씨의 KTX 승차권 예약을 돕던 중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동대구역에서 고양시 행신역까지의 운임은 4만 800원이지만 역방향 좌석 할인(5%)으로 2040원, 장애인(30%) 혜택으로 또 1만 1628원을 할인받아 총 2만 7132원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코레일이 김씨에게 청구한 금액은 2만 7200원이었다. 68원의 차이가 났다. 코레일 측은 “100원 미만 끝수 처리 원칙에 따라 5% 할인은 2040원이 아닌 2000원이고, 30% 할인도 1만 1600원으로 처리된다”고 설명했다.

철도 요금과 고속도로 통행료의 ‘100원 미만 끝수 처리’ 방식을 놓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코레일은 기준 운임을 할인하거나 취소·반환 수수료 등을 계산할 때, 100원 미만의 금액에 대해 50원 이하는 0원으로, 51원 이상은 100원으로 처리한다. 한국도로공사도 고속도로 통행료 주말할증제(평일요금의 5% 할증)를 시행하면서 승용차와 16인승 이상 승합차의 요금을 산정할 때, 50원 이하는 버리고 51원 이상은 올린다.

코레일과 도로공사는 이런 원칙에 대해 거스름돈을 쉽게 확보하고,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금결제 고객이 줄어드는 점을 감안할 때 시대에 맞지 않고, 소액이지만 소비자의 금전적 손실을 방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레일 관계자는 28일 “고객에 따라 ‘득’과 ‘실’이 동시에 존재하므로 기업이 이익을 챙기는 것은 아니다”면서 “승객에게 귀찮은 거스름돈 수수 부담을 줄여주는 제도”라고 밝혔다. 도로공사 관계자도 “바쁜 고속도로에서 50원짜리 잔돈을 꺼내고 거슬러 받는 번거로움을 줄이고 통행을 좀 더 원활히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코레일에 따르면 지난달 열차 이용객의 24%만 현금으로 요금을 결제하고 나머지는 신용카드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현금과 신용카드 결제 비율이 각각 49%였던 것에 비해 현금 결제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정보통신기기의 확산에 따라 이 비중은 더욱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레일의 다른 관계자는 “스마트폰 승차권과 홈티켓 등을 이용한 ‘셀프 티켓’ 발급 비율이 지난 9월 기준으로 58.3%”라면서 “창구에서 거스름돈을 주고받는 것도 신용카드가 없는 학생 빼고는 별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속도로 통행료도 2008년 톨게이트에서 현금으로 결제한 비중이 58.5%였지만 올해 9월에는 27.3%로 줄었다. 대부분 충전식 선불 카드와 후불 카드 등으로 지불했다. 우지숙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카드 사용자가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거스름돈 때문에 끝수 처리 원칙을 고수한다는 발상은 사업자 편의 위주의 사고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윤철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국장은 “끝수 처리 방식은 사안별로 이득을 볼 수 있지만 손해를 보는 소비자도 있게 마련”이라면서 “10원 미만의 통신료는 0원으로 처리하는 이동 통신사처럼 100원 미만의 교통요금도 받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2013-10-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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