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록 수사 종지부 찍었지만 논란은 여전

회의록 수사 종지부 찍었지만 논란은 여전

입력 2013-11-16 00:00
수정 2013-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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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지시 따른 2명 기소 형평성 논란…초본, 대통령기록물 여부도 ‘분분’

검찰이 15일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의혹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수사를 일단락했지만 그동안 제기된 쟁점들을 둘러싼 여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당장 노무현재단 측은 이날 오후 성명을 내고 “정치검찰의 짜깁기 수사 전모가 드러났다”며 수사 결과에 반발했다.

◇대통령 지시 따른 두 명, 사법처리 정당한가 = 검찰은 이날 백종천 전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과 조명균 전 외교안보정책비서관 등 2명을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백 전 실장 등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지원(문서관리시스템)에 등록된 회의록 초본을 삭제하고 수정·보완 작업을 거친 수정본 문건을 파쇄했다고 결론냈다.

검찰은 백 전 실장 등의 행위가 대통령 지시에 따른 것이긴 하지만 역사적 기록물로 기록관에 남겼어야 할 문서를 삭제한 만큼 사안이 중대해 처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남북정상회담 주무부서로서 관련 문서를 보존·관리할 책임자들이 주도적으로 문서를 삭제·파쇄했다는 것이다.

또 역사적 사실을 규명하는 데 있어 조 전 비서관 등이 구체적인 진술을 회피한 점도 사법처리 여부 판단에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검찰은 국정원 정치·대선 개입 의혹 사건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지시로 불법 댓글 행위를 한 직원들을 기소유예 처분한 바 있어 형평성 논란이 제기된다.

검찰은 지난 6월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종명 전 3차장 등 부하 직원들은 원 전 원장의 지시에 따라 범행했고, 상명하복 관계의 조직 특성 등을 감안해 기소유예 한다고 발표했다가 민주당의 재정신청을 인용한 법원의 결정에 따라 이 전 차장 등 2명만을 뒤늦게 기소했다.

재단 측은 노 전 대통령이 삭제를 지시했다는 부분에 반론을 제기했다.

검찰의 유일한 증거가 조 전 비서관의 진술인데, 재단은 조 전 비서관이 ‘대통령의 삭제 지시는 없었음’을 검찰에 분명히 밝혔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별도로 피의자 특정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애초 고발 대상자가 ‘성명불상자’여서 수사 과정에서 백 전 실장 등만 피의자로 특정했다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이 피의자로 특정됐다 하더라도 고인이 된 사람에 대해서는 검찰의 공소권이 없다.

검찰은 문재인 의원의 경우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으로서 회담 의제 준비 등 관련 업무를 총괄하고 회의록 생산에 관여한 사실은 확인됐지만 회의록 초본 삭제 및 봉하 이지원으로의 회의록 유출에 관여했다는 직접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삭제된 회의록 초본은 대통령기록물인가 = 참여정부 인사들은 회의록 수정본이 생성된 만큼 삭제된 회의록은 이관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회담 주체인 노 전 대통령이 부정확한 내용을 수정하라고 재검토 지시까지 내린 미완성 본이므로 이관 대상에서 제외하는 게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검찰은 조 전 비서관이 이지원 시스템에서 삭제한 회의록 초본을 대통령기록물이라고 판단했다.

조 전 비서관이 이지원을 통해 회의록 초본을 2007년 10월9일 노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노 전 대통령이 이를 같은달 19일 확인해 사흘 뒤인 21일 문서처리방법 중 ‘열람’을 선택, 별도의 ‘보고서의견’ 파일까지 첨부해 결재를 완료했기 때문이다.

이지원 시스템에 결재가 올라오면 결재권자는 ‘문서처리’ 또는 ‘반환’을 선택할 수 있다고 한다.

문서처리 종류로는 ‘열람·시행·재검토·보류·중단’ 등 5가지 유형이 있는데 이 중 어느 것을 선택해도 대통령의 결재 행위라는 게 검찰 설명이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다른 나라 정상과의 회담 기록도 이처럼 ‘열람’을 선택해 결재를 완료했고 최종적으로 ‘종료처리’돼 대통령지정기록물로서 대통령기록관에 이관됐다고 설명했다. 수정본뿐 아니라 수정 전의 회의록 모두 대통령기록관에 넘어갔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에 따라 회의록 초본을 대통령기록물로 판단, 이를 이지원에서 삭제한 행위를 위법하다고 봤다.

검찰은 그러나 조 전 비서관이 회의록 수정본을 문서 파쇄기로 파쇄한 행위는 법적으로는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이라 볼 수 없다며 공소사실에서 제외했다.

수정본의 경우, 조 전 비서관이 백 전 실장을 통해 대통령에게 문서 형태로 보고한 것은 확인됐지만 대통령기록물로서의 최종 ‘결재’ 절차를 밟았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다고 한다. 대통령기록물법상 문서생산은 결재권자의 결재로 성립되는데 이 결재 절차가 빠졌다는 것이다.

즉, 실질적으로는 회의록 수정본이 대통령기록물의 성격이 있지만 형사처벌은 엄격하게 따져야 하기 때문에 처벌 대상 행위에서 제외했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다만 국가기록원에 회의록 수정본에 대한 유권해석을 의뢰한 결과, 초본과 수정본 모두 대통령기록물로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대통령 삭제 지시 동기 여전히 ‘물음표’ = 검찰은 백 전 실장 등이 노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회의록 초본 파일을 삭제하고 수정본 문서를 파쇄했다고 밝혔으나 정작 대통령이 그런 지시를 내린 동기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검찰 관계자는 “동기 부분에 대해서는 검찰이 평가하거나 의견을 개진하기 곤란하다”며 즉답을 피했다.

당사자인 노 전 대통령이 고인이 된 상황에서 그 내심의 의사를 추정해 말하기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다만 “동기를 추단할 수 있는 내용을 충분히 설명했다”라는 말로 대신했다.

검찰이 언급한 추단 가능한 대목은 대통령이 ‘이지원의 파일을 삭제하고 청와대에 회의록을 남기지 말라’고 지시한 부분과 국정원에서 정상회담 회의록을 2급 비밀로 분류해 보관하던 전례와 달리 보안성을 강화해 1급 비밀로 보관하도록 지시한 부분이다.

대통령기록물의 경우 일정 기간이 지나면 외부에 공개되는 점을 고려해 회의록을 기록관에 남기지 않고 대신 국정원에 남겨 쉽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했을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그러나 참여정부 측은 이를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노무현 재단은 “대통령이 기록관에는 이관하지 않도록 지시하고 이명박 정부가 쉽게 열람할 수 있도록 국정원에만 관리토록 했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재단은 “실무진의 착오로 회의록 최종본이 대통령기록관에 미이관되는 일이 벌어졌는데 이를 빌미삼아 노 대통령의 지시로 조직적 은폐가 이뤄진 것처럼 몰아간 검찰의 행태는 반드시 국민과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성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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