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5명 마을 변호사는 ‘마음 변호사’

505명 마을 변호사는 ‘마음 변호사’

입력 2013-11-25 00:00
수정 2013-11-25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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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결혼사기 당한 시골총각 도와주고… 제방에 빠져 다친 농부도 배상 받도록…

경남 지역에 사는 A씨는 결혼 주선업체를 통해 베트남에서 만난 현지 여성과 결혼했다. 알고 보니 이 여성은 한국 불법체류 전력으로 입국 자체가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마을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혼인무효 확인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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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지역에서 농업에 종사하는 B씨는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제방 계단 구멍에 빠져 다리가 부러지는 전치 14주의 상처를 입었다. 농사일도 못하고 있지만 해당 지자체에서는 손해배상을 차일피일 미뤘다. B씨는 마을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었다.

전남 지역에 사는 C씨는 키우던 개가 이웃 개와 싸워 상처를 입자 크게 상심하고 있었는데 마을변호사의 도움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었다.

24일 법무부에 따르면 법률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법무부·안전행정부·대한변협이 도입한 ‘마을변호사 제도’가 활발한 상담으로 주민들의 생활 속에 자리잡아 가고 있다. 지난 6월 250개 마을, 415명의 변호사로 시작한 제도는 현재 341개 마을, 505명의 변호사로 확대됐다.

전직 법관들도 참여 의지를 보이며 재능을 기부하고 있다. 양동관 전 서울가정법원장, 김수학 전 대구고법원장, 노환균 전 법무연수원장, 최교일 전 서울중앙지검장 등 법원·검찰 출신의 경륜 있는 변호사 58명이 마을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도입 초기 지적된 홍보 부족, 대면상담의 어려움 등 문제점도 점차 보완되고 있다.<서울신문 7월 5일자 1, 3면> 인천 옹진군은 마을변호사가 정기적으로 관내 도서지역을 방문하는 ‘찾아가는 법률상담실’을 운영하는 등 지역별 맞춤형 프로그램이 생겼다. 온라인과 지역 매체 등을 통한 홍보로 주민들의 인지도가 높아져 상담 건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새로운 토지 주인에게서 20년 된 조상 묘를 이장해 달라는 요구를 받은 D씨, 임차인이 방을 뺀 줄 알고 임대했다가 고소당한 E씨 등 다양한 사연을 호소하는 주민들에게 마을 변호사는 크고 작은 도움을 주고 있다. 주민들의 호응도 높아졌다. 인천 강화군 화도면에 사는 김병운씨는 “촌에서는 아주 바람직하고 참 좋은 제도다. 돈 없는 사람들이 변호사 찾아가기가 어려운데, 얼마나 자연스럽고 좋으냐”고 말했다.

법무부는 아직 변호사가 없는 지역들의 위촉 요청이 계속됨에 따라 지난 13일부터 오는 29일까지 2차 마을변호사 신청을 받고 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2013-11-2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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