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시 쓰레기 차량 폐수 우수관에 마구 버려

통영시 쓰레기 차량 폐수 우수관에 마구 버려

입력 2014-09-29 00:00
수정 2014-09-29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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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연결 우수관·하수관 구분 없이…”청정해역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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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썩은 물 무단 방류
쓰레기 썩은 물 무단 방류 29일 오전 경남 통영시 중앙동 중앙시장 입구 건너편 버스정류장 근처에서 작업 중인 생활 쓰레기 수거차량 뒷부분에서 폐수가 흘러나오고 있다. 해당 지점은 바다와 불과 10m 정도 떨어져 있어 미국 FDA가 인정한 청정해역 이미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남 통영시에서 생활 쓰레기를 수거하는 업체들이 작업 과정에서 발생한 썩은 물을 바다로 연결된 우수관에 마구 버리고 있지만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생활 쓰레기 등 각종 쓰레기가 많이 배출되는 월요일인 29일 오전 3시 30분께.

통영시 중앙동 중앙시장 입구 건너편 버스정류장 앞으로 생활 쓰레기 수거차량이 나타났다.

직원 2명이 도로 옆 인도에 쌓인 생활 쓰레기를 차량 적재함에 넣는 작업을 하는가 싶더니 차량 왼쪽 아래에 부착된 레버를 당겼다.

그러자 직경 6㎝ 정도인 배관에서 30초 가까이 시커먼 물이 콸콸 쏟아져 우수관 구멍으로 쉴 새 없이 흘러들었다.

도로는 바로 시궁창처럼 변했고 제대로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악취가 진동했다.

우수관은 빗물을 바다로 흘러보내 육상의 침수 피해를 줄이려는 시설이다.

쓰레기 수거 업체는 이런 우수관을 적재함에 고인 폐수를 처리하는데 활용하고 있었다.

해당 지점은 바다와 불과 10m 정도 떨어져 있어 미국 식품의약품국(FDA)이 인정한 청정해역 이미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쓰레기를 옮기던 직원들은 “더러운 물을 왜 무단으로 버리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레버를 잠근 후 작업을 멈추고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지역 업체 대부분은 거의 매일 이런 방법으로 폐수를 처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운행 차량은 모두 6대다.

폐기물 관리법 등에 따르면 수거한 생활 쓰레기는 지정된 장소에서 처리해야 한다. 수거 과정에서 발생한 폐수를 처리하는 방법도 마찬가지다.

차량으로 10분 정도 거리인 처리장을 이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이고 작업을 일찍 마치려는 꼼수다.

업체 관계자는 “수산시장 주변 특성상 물기가 있는 쓰레기 양이 상당하다”며 “우수관이 아닌 하수관 구멍에 (폐수를) 버리면 바다 오염과는 상관없기 때문에 수십년 전부터 암묵적으로 버려왔다”고 설명했다.

현장 확인 결과 우수관과 하수관 뚜껑은 1m 거리에 있었다. 우수관과 하수관 구분없이 뚜껑 구멍 곳곳에서 악취가 풍겼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하는 차량은 그 양을 측정하는 저울이 고장 난 채 운행을 하고 있었다.

작업 차량은 정해진 구역에서 하루에 3번 정도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한다.

음식물 쓰레기통을 차량 옆 거치대에 올리면 센서가 반응,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설치된 작은 화면에 1㎏ 단위로 숫자가 표시된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저울의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해달라는 요청에 대해 “수리를 의뢰한 상태”라며 “저울에 언제 이상이 발생했는지는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관련 법상 이들 업체가 저울의 이상 여부를 시청 담당부서와 시민들에게 고지할 의무는 없다.

통영시는 매년 한 번 저울 이상 유무를 점검하는데 최소 2010년부터 현재까지 이상이 확인돼 시정 조치가 내려진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김종학 통영시 환경과장은 “저울 문제는 아직 보고받지 못 했고 쓰레기 무게를 측정하는 계근장에서 최종 계측을 하기 때문에 업체가 부당이득을 챙긴 것은 아니다”며 “업무 전반에 대한 감사를 진행할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대부분이 아파트 단지 등에서 발행하는 관리비 고지 내역을 믿고 돈을 내기 때문이다.

주부인 김모(34)씨는 “갈수록 빠듯한 살림 때문에 천원 한 장 아끼려고 아등바등하는데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게 말이 되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통영시는 청소 업무를 거리 청소, 재활용품 수집운반, 종량제 규격봉투 수거·운반, 음식물류 폐기물 수집·운반 등으로 구분해 민간에 위탁하고 있다.

5개 업체가 1년 단위로 통영시와 계약을 체결하지만 수십년째 거의 같은 업체가 재계약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영시는 지난해 청소 업무 대행 비용으로 이들 업체에 모두 59억5천809만6천원을 지급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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