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발된 운전자 차량에 의무 설치 법안
전력 드러나 인권침해·이중처벌 논란
3년간 390억 예산 필요해 비용 문제도
“논란 있어도 효과 검증돼 도입 필요”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음주운전자의 차량에 일정 기간 음주운전 방지장치를 설치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25일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음주운전으로 면허 정지·취소를 당하면 운전자 차량에 반드시 음주운전 방지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운전면허가 취소·정지되고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올 1~8월 음주운전 사고 건수는 1만 126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6% 증가했다.
그러나 실제 시행하기 위해선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우선 비용 문제다. 유럽 등에서 실제 도입된 모델을 참고하면 장치 한 대당 가격은 100만원 수준이다. 잠금장치가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 등을 점검하려면 1년에 한 번씩 정비가 필요하다. 지난 20대 국회 당시 관련 제도를 준비하던 경찰청이 3년간 필요 예산을 따져봤더니 약 390억원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인권 침해 문제도 있다. 음주운전자 차량에 이 장치를 설치하면 할 경우 과거 음주운전 전력이 드러날 수 있어서다. 이는 개인정보보호법상 민감정보에 해당한다. 이미 처벌받은 사람이 이 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만큼 이중처벌 논란도 발생한다. 네덜란드의 경우 2014년 대상자의 기본권 침해 문제(이중처벌)가 발생해 시행이 중단되기도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난 국회 때 인권 침해 문제 때문에 음주운전 전력자 대상 의무적 부착 방식에서 택시나 버스, 화물차 운전자 같은 운송사업자를 대상으로 시범운용하는 방안으로 바꿔 추진했다”며 “장치를 차량에 설치해도 다른 사람이 음주측정에 나서 시동을 거는 등 여러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어 결국 법안이 폐기됐다”고 말했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여러 논란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음주운전 방지장치의 효과는 이미 검증이 된 만큼 도입 추진이 필요하다”며 “인권 침해 등 논란은 피할 수 없지만 충분한 논의를 한다면 적절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2020-10-26 1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