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희생자 넋 기리고 유가족 아픔 어루만지는 일… 국가의 당연한 의무”

“4·3희생자 넋 기리고 유가족 아픔 어루만지는 일… 국가의 당연한 의무”

강동삼 기자
강동삼 기자
입력 2023-04-03 11:32
수정 2023-04-03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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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4년만에 정상 추념식 2만명 참석
한덕수 총리, 윤석열 대통령 추념일 추념사 대독
오영훈 “역사 아픔 딛고 화해·상생 미래로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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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가 3일 4·3평화공원 위령광장 추모재단에서 봉행하고 있다. 제주도 제공
한덕수 국무총리가 3일 4·3평화공원 위령광장 추모재단에서 봉행하고 있다. 제주도 제공
“제주 4·3 생존 희생자와 유가족 여러분 그리고 제주 도민 여러분 무고한 4·3 희생자들의 넋을 국민과 함께 따뜻하게 보듬겠다는 저의 약속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희생자들의 안식을 기원하며 유가족들에게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3일 오전 10시 제주4.3평화공원 추념광장에서 제주4·3사건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는 제75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을 거행하는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4·3추념식 추념사를 이렇게 대독했다.

한 총리는 윤석열 대통령의 추념사 대독을 통해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제주4·3생존희생자.유가족 여러분. 그리고 제주도민 여러분. 대한민국은 자유 민주주의 국가다. 무고한 4·3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그 유가족들의 아픔을 국민과 함께 어루만지는 일은 자유와 인권을 지향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당연한 의무”라며 “정부는 4·3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생존 희생자들의 고통과 아픔을 잊지 않고 보듬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 제주를 자연 문화 그리고 역사와 함께하는 격조 있는 문화관광지역 청정의 자연과 첨단의 기술이 공존하는 대한민국의 보석 같은 곳으로 탈바꿈시키겠다고 약속드리겠다”면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인들이 견문을 넓힐 수 있는 품격 있는 문화관광지역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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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4·3평화공원 위령광장에는 한덕수 국무총리, 원희룡 국토부장관, 오영훈도지사, 유족회, 도민 등 2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75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을 거행하고 있다. 제주도 제공
3일 4·3평화공원 위령광장에는 한덕수 국무총리, 원희룡 국토부장관, 오영훈도지사, 유족회, 도민 등 2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75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을 거행하고 있다. 제주도 제공
이날 추념식에는 정부 대표로 한총리를 비롯,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 한창섭 행정안전부장관 직무대행,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홍근 원내대표 등 정치권들이 대거 참석했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는 김병민 최고위원, 박대출 정책위의장, 이철규 사무총장 등이 참석하고 김기현 대표, 주호영 원내대표 등은 불참했다.

또한 코로나19 사태 이후 4년 만에 정상적으로 개최되면서 유족과 도민등 2만명이 참석했다.

도는 지난 3년간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로 추념식에 고령 유족의 참석이 제한돼 아쉬움이 컸던 만큼 이번 추념식에는 주요 내빈의 50% 이상을 고령 유족과 생존희생자 중심으로 마련했다.

식전행사로는 초등학생으로 구성된 ‘클럽 노래하자 춤추자’의 ‘4월의 별(작사 황금녀, 작곡 김명진)’ 노래와 장필순의 공연이 펼쳐졌으며 오전 10시가 되자 1분간 제주도 전역에 묵념 사이렌을 울렸다.

오영훈 도지사는 “지난해 4·3히생자에 대한 국가보상이 이뤄지면서 대한민국 과거사 해결의 새로운 전환점이 마련됐다. 직권재심을 통한 희생자의 명예회복은 사법부가 직접 과거의 잘못된 결정을 바로 잡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면서 “우선 4·3세계화를 위한 첫걸음으로 4·3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해 나가겠다.학계의 역사적 정립을 위해 지역 대학에 4·3 석박사 과정을 개설하고, 5월에 열릴 제주포럼에서 4·3의 가치를 공유하며, 더 많은 이들의 연대를 이끌어 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4·3의 봄을 맞이할 수 있도록 진실과 정의를 포기하지 않았던 4·3유족과 도민, 그리고 제주의 아픔을 위로하며 함께 손잡아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 현대사의 비극이었던 제주4·3은 어두운 과거를 바로잡는 기준이 되었으며 이제, 역사의 아픔을 딛고 화해와 상생의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고 있다. 산천마다 신록이 우거지는 4월이 오면 소중한 이들을 두고 눈감아야 했던 4·3 영령들을 떠올린다. 무엇보다 4·3을 폄훼하거나 왜곡하려는 시도에 흔들리지 않고, ‘화해와 상생, 그리고 평화와 인권’의 4·3정신을 인류의 보편적 가치로 확산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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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훈 제주도지사가 4·3평화공원 위령광장에서 열린 75주년 4·3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하고 있다. 제주도 제공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4·3평화공원 위령광장에서 열린 75주년 4·3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하고 있다. 제주도 제공
제주4·3 경과보고에서는 ‘순이삼촌’의 저자인 현기영 작가가 그동안 제주4·3이 걸어온 길을 영상으로 설명하고, 박주영 제주대학교 총학생회장과 박혜준 학생(표선고등학교 1학년)이 미래세대의 의지를 담아 메시지를 전했다.

추모공연은 뮤지컬 배우 카이가 ‘나 가거든(명성왕후 OST)’을, 뮤지컬 배우 김소현과 이예은 어린이(도평초등학교 3학년)가 4·3진혼곡으로 추념식 분위기를 더했다.

특히 부모, 할머니, 두 형, 누나를 모두 잃고 이삼문(1941년 82세)이 아닌 박삼문(1953년)이라는 이름으로 팔십 평생을 살아온 이야기와 제주4·3평화공원에 안치된 아버지 위패 옆에 살아있는 자신의 위패를 보고 가슴 아파했던 기막힌 사연이 영상으로 소개했다. 도외에 거주하는 유족의 사연이 추념식에서 다뤄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이날 추념식이 열리는 4·3평화공원 맞은편에서는 오전 7시 30분쯤 극우단체 서북청년단 차량이 나타나자 민주노총, 제주4·3희생자유족청년회, 대학생, 시민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졌다. 일부 시민단체들이 “여기가 어딘데 왔느냐”며 고성이 오가고 일부 경찰들과 몸싸움이 빚어졌지만 큰 충돌 없이 결국 극우단체는 행사장에서 쫒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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